'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 英 미술 거장 호크니 별세…향년 89세
향년 89세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 ‘수영장 그림’으로 잘 알려진 그는 1937년 영국 북부의 공업도시 브래드퍼드에서 노동자 가정의 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스무 살이던 1957년 지역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판매한 그림의 가격은 10파운드(약 2만원)였다. 61년 뒤 그의 그림 한 점에는 9030만달러(약 1374억원)의 가격표가 붙게 된다.
1959년 입학한 런던 왕립예술대학(RCA)에서 그는 일찌감치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여성 모델을 그리라는 과제를 거부하고 미국 보디빌딩 잡지에 실린 근육질 남성들을 그렸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동성애가 범죄로 취급받던 시절, 그는 '함께 부둥켜안은 우리 두 소년'(1961) 등 작품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김없이 담았다. 졸업에 필요한 논문도 "화가는 그림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며 내지 않았다. 학교는 결국 호크니에게 졸업장을 주기 위해 규정을 고쳤다.
분홍 재킷을 입은 남자가 물속을 헤엄치는 남자를 내려다보는 '예술가의 초상'(1972)은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달러에 낙찰됐다. 당시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이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에는 약 3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2023년에는 그가 3년간 직접 제작에 참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비거 앤 클로저'가 서울 고덕동 라이트룸 서울에 걸렸다.
그는 평생 '거절을 잘 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1990년에는 기사 작위를 거절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요청도 사양했다. 평생 줄담배를 피우며 영국 정부의 금연 정책을 "기괴한 사회공학"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두고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잘 보지 않는다. 그저 걸어 다니기 위해 발 앞의 땅을 훑을 뿐이다. 나는 평생을 보는 데 썼다"고 말할 정도로 까칠한 성격이었다.
그런 그가 온전히 마음을 바친 건 그림뿐이었다. 2015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과거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을 산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