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단독 인터뷰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10년전 예술의전당 공연하며 한국 활동 다짐"
작곡, 가창도 하며 클래식 음악에 새로움 더해
"협엄 다층적으로 하는 시대...색깔 찾아가야"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가장 친근하게 풀어낼 수 있는 음악인.
대니 구에겐 이런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콘서트 해설자, 클래식 음악 방송 프로그램인 <TV예술무대>의 진행자로도 무대에 올랐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며 인지도도 쌓았다. 콘서트 <핑크퐁 클래식 나라>로 꼬마 팬마저 생겼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솔 기자.
대니 구에겐 장르 경계가 없다. 조수미와 같은 클래식 음악 거장은 물론 대중음악인인 김창완과 윤상, 배우 차승원·신혜선, 국악소녀 송소희 등이 그의 인맥이다. ‘클래식 음악 커뮤니케이터’로 명성을 쌓은 그가 데뷔 10주년 리사이틀 ‘더 저니 비긴스’를 연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만난 그는 “데뷔 10주년이 됐지만 제 음악은 이제 시작”이라며 “클래식 70%, 다른 장르 30%씩 비중을 두면서 ‘대니 구’란 장르를 만들어갈 때”라고 말했다. 그가 선보이려는 독자적인 음악 세계가 무엇인지 직접 물었다.
음악 대가들과 가까워질 수 있던 이유는
미국 시카고 출신인 대니 구는 늦깎이 음악인이다. 명문인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까지 마쳤지만 바이올린을 제대로 배운 건 고등학생이 돼서였다. 고교 시절 5주간 참가한 음악 캠프에 푹 빠져 의사에서 연주자로 진로를 바꿨다. 캠프의 기억은 지금의 그에게 “언젠가 음악 학교를 차리겠다”는 목표로 남았다. 한국 활동의 길이 열린 건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라 호야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만났을 때다.
“같이 슈베르트 현악사중주를 연주했는데 그때 저를 이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디토 앙상블 중 한 명이 그만두게 돼 객원이 필요하다고 연주를 제의하셨어요. 2017년 새 멤버가 들어오면서 디토 활동은 2년밖에 안 했지만 2016년 예술의전당에 처음 섰을 때 기억이 뚜렷해요. 관객 환호성을 받으며 실내악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로 걸어가는 제 자신이 신기한 거예요. 내가 왜 예술의전당에 있지? 그때 한국에서 죽을 때까지 활동해야겠단 다짐을 했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솔 기자.
한국은 그에게 편안했다. 흑인이 많던 동네에서 자랐을 때 느꼈던 타인의 경계하는 시선도 이곳에선 없었다. 집에선 부모님과 한국어를 계속 써왔기에 언어 장벽도 낮았다. 2020년 온갖 장르 음악인이 밴드를 꾸리는 내용의 TV 프로그램인 <슈퍼밴드2>에 참여하면서 장르 경계를 허물고 작곡도 시작했다. 2022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뒤를 이어 <TV예술무대> 진행자가 됐을 즈음엔 클래식 음악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한국 공연계의 수요를 파악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라이프(인생) 디자인을 했어요. 한국에선 클래식 음악을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전 교포라서 유리한 점도 있었죠.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대가이신 분들을 대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울 텐데 전 그런 문화를 겪지 않아서 그분들이 친근하고 편하거든요. 그래서 (클래식 음악 커뮤니케이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던 거죠.”
예술의전당 공연...과거와 미래를 담는다
대니 구의 음악적 뿌리는 클래식 음악이다. 그렇기에 서울 예술의전당은 그에게 각별한 곳이다. 그는 지난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처음으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미국에 카네기홀이 있다면 한국은 예술의전당이 있잖아요. 예술의전당은 영광스럽고 위대한 홀이죠. 이곳에 오르면 부담감도 따라 올라와요. 지난해 대관이 됐을 땐 갑작스러운 기회에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솔 기자.
오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첫 곡은 리히터의 ‘사계’ 중 ‘봄’이다. 비발디의 ‘사계’를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이어 영국인 작곡가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를 연주한다. 사계가 듣기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음악이라면 이쪽은 강렬함을 표출하는 곡이다.
다음은 클로드 볼링의 ‘바이올린과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 중 일부를 연주한다. “이 곡은 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음악적 경계를 넓히려는 미래죠. 클래식 음악에 드럼, 베이스를 더해 ‘이지 리스닝(쉽게 듣는 음악)’을 선보일 겁니다.”
마지막은 조지 거슈윈의 거슈윈 모음곡을 들려준다. 재즈 트리오와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대니 구와 합을 맞추는 무대다. “10년 전 첫 한국 협연이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였어요.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죠. 자작곡은 레퍼토리로 직접 넣기엔 예술의전당이란 공간이 주는 깊이감에 아직 못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앙코르로는 가능할 것도 같아요.”
“데뷔 20주년 공연은 자작곡만으로”
바이올린 연주뿐 아니라 작곡, 그리고 가창까지. 그는 재능이 많다. 지난해 앨범인 <대니 싱스>에선 자작곡뿐 아니라 대니 구가 직접 부른 R&B·재즈풍 노래들도 들을 수 있다. 다재다능한 덕분에 음악에서 그가 찾은 재미도 다채롭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땐 레퍼토리에 따라 즐거움이 다르고, 노래할 땐 편안함이 커요. 작곡은 글쎄요. (악상이) 잘 나올 때 희열감이 있죠. 방송에서 만난 아티스트와 이런 걸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바로 음성 메모를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데 이런 과정이 재밌어요.”
자유로운 영혼 같지만 그는 즉흥보다 계획에 끌린다. 아침엔 바이올린 연습, 밤엔 작곡. 이렇게 시간을 정해둔다. 이 과정을 거쳐 조금씩 세상에 선보이는 자작곡을 늘려가고 있다. “작곡도 악기 연습처럼 엉덩이 싸움이에요. 시간 많이 투자해야죠. 유튜브 보다가 갑자기 곡을 쓰는 음악인들도 있는데 저랑은 작업 과정이 다르더라고요. 전 시간을 빠듯하게 쓰는 걸 좋아해요. 불면증으로 잠이 안 오면 일어나 가사를 쓰기도 해요. 새벽 감성이 있을 때잖아요(웃음).”
작곡으론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곡 한두 개를 꼭 남기고 싶단다. 어쿠스틱 카페의 ‘라스트 카니발’, 유키 구라모토의 작품들을 본보기로 꼽았다. 웅장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바이올린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도 쓰고 싶다 했다.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온전히 자신의 곡으로만 공연을 꽉 채우고 싶다”고. 언젠가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클래식 음악가가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공연장이다.
“‘대니 구’란 장르를 만들 겁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다이비드 가렛이나 바네사 메이처럼 음악 영역을 넓히는 거죠. 이걸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를 순 없을 것 같아요. 탱고처럼 ‘라틴스러움’이 있을 수도 있고, 영화음악 같을 수도 있겠죠. 제 색깔을 제가 찾아가야죠. 레퍼런스(참조사항)가 없으니 편하기도 해요. 틀릴 일도 없고. 컬래버레이션(협업)을 다층적으로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솔 기자.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여러 음악에 고루 밝은 대니 구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홍보 모델이기도 하다. 그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최애’ 곡은 뭘까. 대니 구가 고심 끝에 직접 요즘 즐겨 듣는 5곡을 꼽았다.
브루노 마스 앨범 <더 로맨틱>. /자료출처. 지니어스닷컴.△브루노 마스 ‘Risk It All’ 지난 2월 브루노 마스가 낸 정규 앨범 4집 <더 로맨틱>에 담긴 곡. 멕시코 음악 장르인 마리아치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트럼펫 독주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당신이 달을 원한다고 하면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겠다”는 내용의 가사도 달콤하다. 대니 구가 “지금 시대의 마이클 잭슨”이라고 부른 브루노 마스의 탄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몽환적.
바우터 하멜 1집 앨범 <하멜>. /자료출처. 지니어스닷컴.△바우터 하멜 ‘Details’ 1977년생 네덜란드 남성 재즈 가수인 하멜이 2007년 데뷔 앨범의 첫 트랙으로 낸 곡. 팝적인 감성이 곁들여진 재즈 곡으로 산뜻함이 가득하다. 경쾌한 피아노 리듬과 하멜의 부드러운 음색이 잘 살아난다. 국내에선 같은 앨범에 실린 곡 ‘브리지(Breezy)’가 유명하다. 대니 구의 앨범 <대니 싱스> 첫 트랙인 ‘씽크 어바웃 더 재즈’도 함께 듣기 좋다.
빛과 소금 1집 앨범 <빛과 소금 Vol.1>. /자료출처. 지니어스닷컴.△빛과 소금 ‘샴푸의 요정’ 한국 밴드 ‘빛과 소금’의 인기곡. 1988년 방영된 동명의 TV 프로그램에서 주제가로 쓰였다. 당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퓨전 재즈 곡이다. 듣기 좋지만 악보를 들여다보면 어려움이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하멜이 이 곡을 번안해 ‘페어리 오브 딜라이트(Fairy of Delight)’를 내기도 했다. 2020년 보이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리메이크 했다.
자우림 앨범 <315360>. /자료출처. 벅스.△자우림 ‘Going Home’ 밴드 자우림의 정규 앨범 3집 대표곡. 보컬인 김윤아가 사기 사건으로 맘고생을 겪고 있던 남동생에게 힘이 되고자 썼다. 호소력 있는 음성에 경건한 가사가 붙어 깊은 울림을 준다. 인터뷰 장소로 오는 길에 통화를 나눴다고 할 정도로 대니 구는 김윤아와도 음악적 영감을 나누고 있다.
레리오 루타지 트리오의 앨범 <Le Mie Prefertie>. /자료출처. 사운드차츠.△렐리오 루타지 ‘Souvenir d'Italie’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인 렐리오 루타지가 1955년에 낸 명곡. 로마의 여유가 음악이 됐다. 부드러운 피아노 타건과 재치있는 스윙 리듬이 어우러져 따스한 햇살과 산들바람이 피부에 닿는 듯한 촉감을 전한다. 당대 인기가 엄청나 1957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루타지는 이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