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동안
자르디니에 전시장 열고,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에선
두 명의 현대 예술가와 협업 이어가
이탈리아 주얼리 메종 불가리의 문화 활동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간은 브랜드가 탄생한 이탈리아 로마 및 유럽 지역의 유적들을 보존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난 2024년 불가리 재단(Fondazione Bulgari) 공식 출범 이후로는 활동 스펙트럼과 규모를 전방위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체결한 향후 6년간의 독점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2015년 불가리에 합류한 마테오 모르비디(Matteo Morbidi) 불가리 재단 디렉터에게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점 파트너십의 의미와 불가리 파빌리온의 운영 방향, 향후 문화 프로젝트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불가리의 역사적 유산 관리와 사회문화 공헌 및 후원 활동을 총괄하는 불가리 헤리티지&필란트로피 디렉터도 겸하고 있다.
마테오 모르비디(MATTEO MORBIDI) 불가리 헤리티지&필란트로피 및 불가리 재단 디렉터. /불가리
▶불가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의 '독점 파트너‘가 됐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의 전략적 배경은 무엇이며, 2030년까지 어떤 성과와 영향을 기대하고 있나요?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행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불가리가 베니스를 중요한 무대로 주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비엔날레 측에 협력 의사를 전달했을 때, 즉시 공통의 가치와 비전을 발견했고 매우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어 한 달 안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불가리의 모든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일회성이나 단기적 개입은 지양하고 있죠.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도록 기획합니다. 2030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파트너십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구축하고, 비엔날레가 촉진하는 문화적 담론에 의미 있게 기여하며,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독점 파트너'라는 것은 매우 깊이 있고 장기적인 약속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일회성 후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죠. 이번 파트너십은 불가리가 추구하는 '책임 있는 후원'이라는 불가리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이는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 그리고 모든 개입이 오래도록 남을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보존하거나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기억과 미래 사이에 살아 있는 대화를 구축하고, 문화유산과 예술 활동이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를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즉, 역사적 유산의 보호와 현대미술의 진흥, 창의성에 대한 지원을 결합함으로써 기억과 혁신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불가리는 변화와 변형, 그리고 지식과 물질이 계속해서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을 지향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의미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스스로 존재하고 변화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르디니에 불가리의 전용 전시 공간인 불가리 파빌리온이 문을 열었습니다. 향후 두 차례의 비엔날레 기간에 이곳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불가리가 자르디니 내부에 최초로 독립적인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르디니는 비엔날레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비엔날레의 역사적 중심부에 ‘진입’했다는 점은 매우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니죠.
불가리의 전시 공간인 스파치오 에세드라는 파트너들이 자체 전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인만큼, 향후 에디션에서도 파빌리온의 구조 자체는 변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에디션마다 참여 작가는 달라지겠지만, 공간과 그 디자인 정체성은 앞으로 남은 두 번의 비엔날레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할 예정입니다."
Lotus L. Kang, The Face of Desire is Loss, (making -of), New York, 2026. /Courtesy Bvlgari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대형 신작이 불가리 파빌리온에 설치됐습니다. 그의 작품이 불가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떻게 반영하나요?
"로터스 강의 설치 작품 'The Face of Desire is Loss'는 일상의 재료를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변모시킵니다. 작가는 고정되지 않은 감광지와 '태닝 필름(tanning films)'을 활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드러내고, 작품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천장과 바닥에 놓인 여러 오브제 역시 이러한 유동성과 생명력을 강화하는 요소입니다.
불가리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변화와 전환, 그리고 지식과 경험의 지속적인 진화를 성찰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가치와 깊이 공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스스로 존재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라라 파바레토는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 전시로 불가리와 함께 '순간의 기념비 – 도서관'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장을 마르차나 국립도서관에서 선보였다. /Photo Credit T-Space
국립 대학 및 기관, 아카데미, 개인 컬렉션의 도서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증받은 도서들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Photo Credit T-Space
▶베네치아의 역사적 명소 마르차나 국립도서관에서는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역사적·건축적 의미가 큰 공간과 협업할 계획이 있나요?
"베네치아는 불가리의 문화 후원 여정이 시작된 곳입니다. 2006년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의 황금 계단(Scala d'Oro) 복원 사업이 중요한 출발점이었죠. 불가리 재단(Fondazione Bvlgari)의 설립으로까지 이어졌고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베네치아로 돌아온 것은 그 시작점과 다시 연결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베네치아는 역사적으로 지중해의 교차로이자 동서양이 만나는 접점으로 여겨져 온 도시입니다. 마르차나 국립도서관은 베네치아의 지적 유산이 집합된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전시를 진행한 것은 매우 의도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비엔날레는 더 이상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하죠.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참여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불가리 재단은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높은 공간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예술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연결하는 이러한 접근은 재단의 핵심 철학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문화유산 보존과 동시대 예술 및 창의적 실천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Monia Ben Hamouda, Fragments of Fire Worship, (making -of), Milano, 2026. /Courtesy Fondazione Bvlgari
마르차나 국립 도서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모니아 벤 하무다는 불가리와 그 성장 과정을 함께 해 왔다. /Courtesy Fondazione Bvlgari, Photo credit: Matteo Gebbia, 2026
▶오늘날 불가리 유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 참여를 통해 그 가치가 어떻게 구현됐다고 보시나요?
"불가리 유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인정신, 예술적 탁월성, 그리고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존중입니다. 이번 비엔날레 참여는 이러한 가치를 여러 방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비엔날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요한 문화기관과 예술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다음으로는 로터스 L. 강, 모니아 벤 하무다(Monia Ben Hamouda), 라라 파바레토(Lara Favaretto) 같은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함으로써 현대 예술의 창의성을 적극 지원하고, 헤리티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촉진했습니다.
자르디니에서의 존재감과 마르차나 국립도서관에서의 공식 병행 전시를 통해 역사를 존중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저희의 신념을 보여줬습니다."
Lotus L. Kang, The Face of Desire is Loss, (making -of), New York, 2026. /Courtesy Bvlgari
▶불가리 재단은 앞으로 어떤 문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나요?
"현재 여러 주요 문화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설립한 불가리 재단은 브랜드의 문화·사회공헌 활동을 통합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재단은 세 가지 주요 축으로 움직입니다.
첫째로 ‘예술과 메세나(Art & Patronage)’ 활동입니다. 문화 후원, 기념비적 건축물 복원, 현대미술 지원 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두 번째로는 '교육과 사회공헌(Education & Philanthropy)'이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의 협업 등 사회적·교육 프로그램을 아우릅니다. 세 번째는 ‘장인기술 전승(Savoir-faire Transmission)’으로, 전통 장인 기술의 보호와 전승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각 프로젝트가 영향을 남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모니아 벤 하무다는 ‘MAXXI 불가리 프라이즈’ 수상 이후 로마 아메리칸 아카데미 펠로우십을 거쳐, 이번 마르차나 도서관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것처럼요. 이는 불가리가 예술가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비전과 맞닿은 주제를 탐구하는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높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며 문화 프로젝트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