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브릴로 상자(비누 패드)', 1964, 합판에 실크스크린 잉크 및 페인트,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 라일라 및 길버트 실버맨 컬렉션 기증, 2023. /DIA
앤디 워홀, '브릴로 상자(비누 패드)', 1964, 합판에 실크스크린 잉크 및 페인트,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 라일라 및 길버트 실버맨 컬렉션 기증, 2023. /DIA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DIA)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을 기증받았다. 디트로이트의 컬렉터 길버트 B. 실버맨과 라일라 실버맨 부부의 소장품 2000여 점이 DIA 컬렉션에 새롭게 추가됐다. DIA 관계자는 오는 11월부터 일부 기증작을 순차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증품은 총 6개 분야로 나뉜다. DIA의 현대 및 동시대 미술,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술, 미국 미술, 유럽 조각 및 장식 미술, 아메리카 원주민 미술, 그리고 판화·소묘·사진 부문에 새로운 작품들이 더해진다. 회화와 조각은 물론 사진, 가구, 장신구, 영상 및 뉴미디어 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포함됐다.

이번 기증의 하이라이트는 플럭서스(Fluxus) 컬렉션이다. 기증자인 실버맨 부부는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 등이 참여한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관심을 두고 관련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왔다. DIA는 지난 2008년 길버트 B. 및 라일라 실버맨 플럭서스 재단으로부터 130여점의 플럭서스 작품을 기증받은 데 이어, 이번 기증으로 플럭서스 컬렉션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

실버맨 부부의 유산으로 500여 명 작가의 작품이 DIA 소장품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DIA는 이번 기증을 통해 앤서니 곰리와 제니 홀저, 비토 아콘치, 다이앤 아버스, 레이철 화이트리드, 크리스토퍼 울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개념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된다. 20세기 초 활동을 시작한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제프 쿤스, 바바라 크루거, 글렌 라이곤, 브루스 나우만과 같은 동시대 개념미술가들의 작품이 DIA의 수장고를 채운다. 멕시코의 민중벽화 운동을 이끈 디에고 리베라와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의 작품도 있다.

이때까지 DIA가 세계적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안목 높은 기증자가 있었다. 자동차 산업의 호황으로 도시가 번성했던 시기부터 탁월한 취향의 컬렉터들이 수집한 작품들을 DIA에 기증하면서 오늘날의 컬렉션이 완성됐다. 1000여점의 작품과 55만 달러를 기증한 로버트 허드슨 태너힐이 대표적이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8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에 나온 명작들 중 상당수도 기증품이다. 태너힐이 기증한 피카소의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부터 고흐의 ‘오베르의 우아즈 강가’와 마티스의 ‘양귀비’ 등 여러 명작들이 걸려 있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