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간 수출이 이달 중하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연말까지 수출 고공행진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한국이 네덜란드(지난해 수출액 9890억달러)를 넘어 세계 4위 수출대국에 오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다만 두 달째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심해진 반도체 쏠림은 ‘수출 세계 5강’ 안착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AI 관련 수출 ‘초호황’

10월까지 누적 9300억달러를 기록하며 ‘연간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둔 한국 수출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왔다. 지난 1월 658억달러이던 월간 수출은 6월 1020억달러를 나타내며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었다. 9월에는 역대 최대 기록인 1211억달러를 찍었고, 지난달에도 1153억달러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1100억달러를 웃돌았다. 지난달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 역시 전년 동월 대비 76.1% 급증한 52억4000만달러로, 두 달 연속 50억달러를 넘었다.
두 달 연속 1100억달러 넘은 수출…반도체가 절반, 車도 반등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564억4000만달러로, 두 달째 500억달러를 웃돌았다. 10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웠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한국 기업의 주력 품목인 DDR5(16Gb) 고정가격은 올 6월 40.0달러에서 10월 50.0달러, 낸드(128Gb)는 같은 기간 28.8달러에서 30.6달러로 올랐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만 전년 동기 대비 360.5% 폭증한 50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AI 호황의 온기는 연관 품목으로도 번졌다. 컴퓨터 항목 수출은 496.6% 증가한 58억5000만달러였다. AI 서버용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은 56억4000만달러로 584.3% 늘었다.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변압기와 전선 등 전기기기 수출도 19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뺀 증가율은 34% 그쳐

수출 초호황의 이면에는 반도체 쏠림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올 1월만 해도 31.2%이던 반도체 수출 비중은 9월 49.7%, 10월 48.9%로 두 달 연속 50%를 넘보고 있다.

20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18개가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34%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259.4%)의 8분의 1 수준이다. AI 슈퍼사이클이 꺾이거나 빅테크의 설비 투자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 한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와 AI 관련 품목을 걷어내면 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의 체감 경기는 냉랭하다. 지난달 선박 수출액은 26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3.6%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대형 해양플랜트를 24억7000만달러어치 수출한 데 따른 역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산업통상부는 설명했다.

안경, 시계 등 패션잡화 수출의 부진으로 생활용품 역시 1년 전보다 13.4% 줄어든 7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형 가전 수출도 5억9000만달러로 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3개월 만에 수출 실적이 반등한 자동차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6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1% 늘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 효과가 큰 데다 중동 정세 불안의 영향으로 중고차 수출액(4억8000만달러)은 52.2%나 급감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이 각각 69억2000만달러, 40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0.0%, 27.5% 늘었다. 하지만 유가 급등의 영향일 뿐 수출 물량은 각각 7.5%, 6.8% 감소해 ‘단가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