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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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집값과 자산시장은 여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앞선 세대가 걸어온 삶의 공식도 희미해졌습니다.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우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연금은 더 이상 은퇴를 앞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금 빌드업>은 가장 긴 투자, 연금을 처음부터 배우고 차근차근 쌓아가기 위한 기록입니다. [편집자주]

증시가 출렁일수록 퇴직연금 가입자의 고민도 깊어진다. 주식형 상품에 계속 두자니 손실이 걱정되고, 노후까지 남은 시간을 예금으로만 보내기도 아쉽다. 지난 9월부터 퇴직연금 계좌에서 직접 청약할 수 있게 된 개인투자용 국채는 이런 고민 속에서 비교해볼 선택지다. 다만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책임진다고 해서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자를 받으며 생활비에 보탤 생각이라면 상품 구조부터 살펴야 한다.

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달 20일 발행되는 11월 개인투자용 국채의 만기 보유 시 세전 누적수익률은 10년물 약 59.6%, 20년물 약 162.6%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만기에 각각 약 1596만원, 2626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다만 매달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10년 또는 20년 뒤 원금과 함께 받는 금액이다.

연금에 국채 더한 이유…'노후자금 시간표' 만들기

/ 사진=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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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개인에게 돈을 빌리고, 정해진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저축성 상품이다. 개인의 장기 목돈 마련을 돕고, 금융기관 중심이던 국채 투자자를 개인으로 넓히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 9월부터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있는 돈으로도 10년물·20년물을 청약할 수 있게 됐다.

퇴직연금 편입은 노후자산을 장기간 운용할 투자수단을 늘리려는 취지다. 시장가격을 보며 사고파는 투자 외에 미래에 돈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만기자금을 준비하는 길이 추가된 셈이다. 증시 변동으로 계좌 수익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노후자금 일부의 만기와 적용금리를 미리 정해둘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김영정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원은 "퇴직연금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금리·세금·자금의 사용시점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추가됐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달 발행분은 10년물 연 4.785%, 20년물 연 4.945%를 기준으로 복리 이자를 계산한다. 표면금리 연 4.155%에 가산금리를 각각 0.63%포인트, 0.79%포인트 더한 것이다. 이미 매입한 종목의 적용금리는 만기까지 유지되지만 신규 발행 종목의 금리는 매월 달라질 수 있다.

김 연구원은 "개인투자용 국채의 장기수익은 높은 금리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중간에 돈 필요하면…가산금리·복리 혜택 포기

높은 누적수익률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반영돼 있다. 퇴직연금에서 살 수 있는 10년물·20년물은 보유 중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복리채다.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지만 원금과 이자는 만기에 한꺼번에 받는다.

김 연구원은 "한 번의 투자만으로 당장의 생활비나 정기적인 이자소득을 만드는 상품은 아니다"라며 "현재의 현금흐름보다 10년 또는 20년 뒤 사용할 목돈을 준비하는 자산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매입은 월별 발행계획에 따라 최소 10만원부터 10만원 단위로 청약하는 방식이다. 신청액에 상당하는 현금을 연금계좌에 확보해야 한다. 청약이 몰리면 일부만 배정될 수 있고, 매입 후 시장에서 자유롭게 팔 수도 없다.

원칙적으로 발행 후 1년이 지나면 중도환매를 신청할 수 있지만 월별 한도가 있어 신청액 전부를 환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 퇴직연금계좌는 퇴직금 지급·법정 중도인출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1년 이내에도 환매 신청이 가능하다.

중도환매하면 가산금리와 연복리 혜택은 사라진다. 매입 당시 표면금리를 보유기간에 대해 단리로 계산한 이자만 받는다.

국채를 환매하는 것과 연금계좌 밖으로 인출하는 것은 별개다. 원리금은 우선 DC·IRP로 들어오며 실제 인출에는 연금수령·중도인출 요건 등이 적용된다. 세금 역시 국채 전용계좌의 분리과세가 아닌 연금계좌 세제를 따른다.

"안정적이라고 연금 전부 넣어선 안 돼"

결국 판단 기준은 '얼마나 높은 금리인가'보다 '언제 쓸 돈인가'다. 가까운 시일 내에 쓸 생활비나 비상자금까지 묶으면 중도환매로 기대했던 혜택을 놓칠 수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더 높은 금리의 신규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여러 발행시점에 나눠 매입해 금리와 만기를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 10년물을 시차를 두고 매입하면 10년 뒤부터 만기자금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만기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미래 발행 여부와 금리는 달라질 수 있어 필요한 자금의 시점을 먼저 정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의 나이보다 그 돈을 언제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개인투자용 국채의 안정성이 퇴직연금 전체를 한 상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