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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교훈
절제와 합의로 일군 3000조
연금 고갈 위기, 정치가 답해야
오슬로=민경진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연금 고갈 위기, 정치가 답해야
오슬로=민경진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국민연금이 떠올랐다.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로 성장한 국민연금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큰손이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연금 개혁으로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기금은 2070년 전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기술 발달로 기대수명이 예상보다 더 길어진다면 연금 지급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여러 주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을 늘리기로 했고, 기금운용본부는 장기 수익률 제고에 나섰다. 그러나 나머지 축인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재정적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만 분분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불어나면서 국회 안팎에서 제기된 선제적 재정 지원 논의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를 국민연금에 투입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69년에서 2100년으로 늦출 수 있다. 이에 비해 기금이 소진되는 2069년부터 같은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면 소진 시점은 불과 1년 늦춰지는 데 그친다.
물론 재정 지원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보험료를 더 내고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구조개혁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은 아니다. 국가 재정에는 한계가 있고, 당장의 부담을 늘리는 연금 개혁은 정치적으로 환영받기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미룬다면 미래에는 더 비싼 청구서가 날아온다.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보장 의무가 법제화한 만큼 정부의 책임을 구체화할 때도 됐다.
결국 정치의 몫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성장기를 이끈 외위스테인 올센 전 중앙은행 총재는 재정준칙을 지탱하는 힘이 법적 강제력이 아니라 정치권의 자발적인 절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거나 정치적 쟁점으로 삼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국민연금을 영속하는 국부로 만드는 첫걸음은 이 질문에 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