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테슬라 차량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불법 활성화한 차주가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차량에 비인가 장치를 연결해 사용 제한을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중국산 테슬라 차주가 생산지에 따른 FSD 사용 제한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해외에서 장치 구입하고 직접 제작까지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테슬라 FSD를 불법 활성화한 차주 80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공소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자신의 차량에 비인가 장치를 연결해 FSD를 무단 활성화한 혐의를 받는다. 적발 차량은 81대로 모두 중국에서 생산됐다. 차주 한 명이 차량 2대의 기능을 불법 활성화한 사례도 있었다.
"중국산은 왜 안 되냐" 부글부글…탈옥 감행한 80명 결국
피의자들은 해외에서 비인가 장치를 구매하거나 직접 제작해 차량에 연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A씨는 FSD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유럽에서 비인가 장치를 구매했다. 정보기술(IT) 업종 종사자 B씨는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된 오픈소스를 활용해 장치를 만들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피의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FSD를 불법 활성화하는 방법뿐 아니라 차량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법까지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FSD는 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필요한 주행 보조 기능이다. FSD 무단 활성화는 자동차관리법상 불법 소프트웨어 변경·설치에 해당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테슬라코리아가 파악한 FSD 불법 활성화 의심 차량은 93대다. 경찰은 이 중 혐의 입증이 어려운 12대를 제외한 81대를 범행 차량으로 분류했다. 테슬라는 지난 4월부터 원격 기능 차단과 보안 업데이트에 나섰다. 6월 이후 추가 불법 활성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8월 기준 새로운 소프트웨어 적용률은 92.4% 수준이다.

◇ 국내 테슬라 77.6%, FSD 사용 제한

일부 중국산 테슬라 차주들이 FSD 사용 제한에 불만을 품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산 테슬라 일부 차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안전기준 인정 특례로 FSD 사용이 가능하지만, 중국산 차량은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FSD는 현행 국내 안전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아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중국산 테슬라 차주들의 불만은 국회 청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부터 한 달간 중국산 모델3·모델Y의 FSD 사용을 위한 공정한 인증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2만3315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차량 생산지가 아니라 장착된 FSD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등 핵심 사양과 객관적인 안전성능을 기준으로 동일한 인증 절차를 적용해달라”고 했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슬라코리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등록 테슬라 23만8968대 중 FSD 사용이 가능한 차량은 5만3477대(22.4%)에 그쳤다. 중국산 모델3·모델Y 18만3407대와 미국산 일부 차종 2084대 등 18만5491대(77.6%)는 FSD를 사용할 수 없다.

테슬라코리아는 22일 국토부에 FSD 적합성 승인을 신청했다. 국토부 장관이 우수한 신기술이나 안전 확보에 필요한 장치라고 인정하면 현행 안전기준과 관계없이 설치를 허용할 수 있는 자동차규칙상 ‘기준적용 특례’를 활용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청서를 접수했고, 절차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FSD 도입 확대와 함께 새로운 안전성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비인가 소프트웨어는 정상 작동을 보장할 수 없어 다른 운전자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며 “자율주행 기술의 문은 열어주되 국민 안전을 전제로 전용 보험과 사고 원인 조사 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