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 내한 공연의 티켓값이 VIP 좌석 기준으로 20만원을 넘어섰다. 뮤지컬업계에서 관객들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려온 20만원의 벽이 깨진 것은 처음이다.

27일 뮤지컬 제작사 에스앤코는 오는 12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하는 ‘해밀턴’의 티켓 가격을 VIP석 22만원, R석 18만원, S석 14만원, A석과 B석은 각각 10만원과 7만원으로 공개했다.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식사 제공 등의 부대서비스가 포함돼 있지 않은 일반 뮤지컬 대극장 공연 VIP석 가격이 20만원을 넘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해밀턴’은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이렇게 비싸도 볼까?'… '20만원 벽' 깬 뮤지컬 정체
그간 뮤지컬 제작사들은 VIP석 가격을 20만원 밑에서 책정해 왔다. 내한공연 중에선 작년 공연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미국 뮤지컬 ‘위키드’가 19만원이었다. 12월 대구에서 개막하는 ‘캣츠’ 내한공연 VIP석 가격은 18만원이다.

관람료가 20만원을 넘어선 이유로는 비용 부담이 꼽힌다. 스타 배우 출연료와 무대 제작비가 오르면서 티켓값 인상 압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해밀턴’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만큼 한국 초청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제작사로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해밀턴’ 내한 공연 티켓값은 현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티켓 재판매가 제도화된 미국에서 가격은 평균 1200달러(약 16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해밀턴’은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11개 부문 수상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표를 가장 구하기 어려운 공연’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연이 국내 관객의 가격 수용도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보고 있다. 만약 높아진 관람료에도 충분한 관객을 모은다면 제작사들이 향후 공연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국내에 들여오기 어려웠던 해외 작품을 초청할 가능성이 활짝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다면 제작사들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선 배우 제이슨 애로우가 해밀턴 역을 맡는다. 해밀턴과 대립하는 아론 버 역에는 제이 페리가 출연한다. 12월 17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 뒤 1월 21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