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나진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갤러리위(Gallery We)에서 개인전 ‘Beloved-사랑받은 존재들’을 연다. 화려한 왕관과 장신구를 착용한 어린 동물의 초상을 통해 시간과 상실, 유년기의 기억을 조명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의 출발점에는 작가가 과거 일본 체류 당시 겪은 동일본 대지진과 은사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자리한다. 상실과 마주하며 시작된 시간과 존재에 대한 성찰은 작가의 영국 유년 시절 기억을 상징하는 왕관 및 보석 장치로 시각화됐다. 작품 속 어린 동물들은 작가 자신이자 부모 세대, 혹은 현재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의 유년기를 대변하며 세대 간의 시간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작품들에는 2003년부터 발전시켜 온 ‘스퀴징 기법’이 적용됐다. 제과용 짤주머니로 케이크 크림을 짜내듯 특수 배합한 물감을 캔버스 위에 직접 짜 올려 구축하는 방식이다. 전통 자수의 정교함에서 착안한 이 방법은 물감의 층위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독특한 질감과 입체감을 형성하며, 조명의 각도에 따라 색채와 음영이 변하도록 연출됐다.
주요 출품작 ‘고마워! 나를 키운 꽃과 바람아!’는 기쁨을 뜻하는 ‘꽃’과 시련을 상징하는 ‘바람’을 대비시켜 삶의 다양한 궤적을 긍정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동물들의 순수한 시선과 화려한 장식성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에게 지나온 삶과 마음속에 남은 존재들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