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다 떠난다"…도쿄 도심 아파트에 '전매 제한' [도쿄나우]
“집값 폭등에 육아가구들이 다 떠납니다.”

일본 도쿄 도심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지요다구가 개별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입주 후 5년간 전매를 금지하도록 사업자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투기 목적의 단기 거래를 억제해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요청이지만, 행정 당국이 특정 단지의 거래 제한에 나서면서 재산권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구는 27일 미쓰비시지쇼레지던스 등에 구내에서 추진하는 분양 아파트의 전매 제한을 요청한다. 주택 인도 후 5년간 전매를 금지하는 특약을 분양계약에 넣고, 동일 명의로 여러 가구를 매입하는 것도 금지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대상은 기존 약 100가구를 약 200가구로 늘리는 재건축 단지다. 도쿄도의 제도에 따라 용적률 완화를 적용받으며, 2030년 착공해 2036년 완공할 예정이다. 지요다구가 개별 단지를 대상으로 전매 제한을 요청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축 평균 1억7925만엔…육아 가구도 도심 떠나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이 있다.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4~9월 도쿄 23구의 신축 분양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7925만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34.7% 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도쿄칸테이 조사에서 지난해 지요다구의 준공 5년 이내 아파트 전매율은 4.92%로 도쿄 23구 중 가장 높았다.

지요다구는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중고 아파트와 임대주택 임대료로 번지면서 자녀를 키우는 가구 등이 지역에 계속 거주하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매 차익을 노린 매수자들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사들이면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요다구는 지난해 7월에도 부동산협회에 5년간 전매 금지 조항 도입 등 투기 거래 방지 대책을 요청했다. 협회는 주택 인도 전 전매를 막는 대책 등을 내놨지만, 구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개별 사업자에게 더 강한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구와의 조정이 필요한 시가지 재개발 사업 등에는 같은 방침을 적용할 계획이다. 순수 민간 아파트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단기 전매 억제 논의 확산…재산권 논란도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민당 주택·토지·도시정책조사회는 지난 21일 히구치 다카아키 지요다구청장과 부동산협회 간부 등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회의에서는 세제 조치를 통해 단기 전매를 억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다만 거래 제한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일본 헌법 제29조는 사유재산제도와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지요다구의 요청에는 법령상 강제력이 없지만, 용적률 완화 등을 적용받는 사업에 대한 행정 당국의 요구라는 점에서 사실상의 지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규제가 확대될 경우 집값 안정과 재산권 보호 사이의 균형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