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욱(오른쪽)과 윤공주가 지난 1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렛미플라이’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안재욱(오른쪽)과 윤공주가 지난 1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렛미플라이’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아홉 살 소년 남원이 눈을 떠보니 별안간 노인이 돼 있다. 거울 속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고 날짜도 1969년이 아니라 2020년이다. 더 황당한 것은 처음 보는 할머니 선희가 자신을 ‘영감’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졸지에 노인이 된 남원은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나선다.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가 3년 만에 돌아와 이달 6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했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청년 남원이 아폴로 11호가 달을 향해 날아간 1969년 하룻밤 사이에 70세 노인이 돼 눈을 뜨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의 공연예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첫발을 뗀 뒤 2022년 초연, 2023년 재연을 거쳤다.

갑작스러운 시간여행이 주요 소재인 만큼 공연 초반 남원의 당황한 모습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들인다. 하루아침에 일흔 살 노인이 된 남원은 달라진 자기 얼굴과 몸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허둥댄다. 자신을 남편이라고 믿는 선희 할머니와 티격태격하면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은 것을 하나씩 접한다.

무대에 ‘젊은 남원’과 ‘늙은 남원’이 함께 등장하는 연출이 눈길을 끈다. 두 배우가 거울을 사이에 두고 같은 동작을 주고받는 모습은 열아홉 살의 정신과 일흔 살의 몸이 공존한다는 설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남원은 사랑하는 정분이 있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작품의 진짜 매력은 시간여행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있지 않다. 남원은 1969년에서 2020년에 느닷없이 날아왔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51년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를 영감이라고 부르는 낯선 할머니 선희와의 오랜 세월 동고동락도 그중 하나다. 이에 과거만을 향하던 노인 남원의 생각도 점점 달라진다. 정분 역을 맡은 배우 박슬기는 “내가 선택한 삶에 충실하고 노인이 될 때까지 곁에 있는 사람을 아끼며 살아가자는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으로 재즈와 리듬앤드블루스(R&B), 힙합, 록을 넘나드는 음악은 시간여행 이야기에 경쾌한 리듬을 더한다. 특히 젊은 남원과 노인 남원, 정분과 선희 등 네 인물이 서로 노래를 주고받는 구성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노인 남원 역을 맡은 배우 안재욱은 “미소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나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게 한 작품”이라며 “무대 위에 올라 직접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인 남원 역은 안재욱과 함께 이희준·오의식·이형훈이, 선희 역은 배해선·윤공주·김지현이 청년 남원 역은 윤소호·안지환·윤재호가, 정분 역은 홍지희·나하나·이수빈·박슬기가 맡았다. 공연은 내년 1월 3일까지.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