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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리고 길 열렸다…발리서 가장 비싼 밤 보내는 법 [진세인의 공간 교과서]
길을 막지 않은 37년 된 발리 리조트
럭셔리 리조트엔 각각 이야기가 있다
우붓 케데와탄 마을의 규칙으로 지은 호텔 '아만다리'
럭셔리 리조트엔 각각 이야기가 있다
우붓 케데와탄 마을의 규칙으로 지은 호텔 '아만다리'
1,500년 동안 행렬이 이 길을 지났고,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받는 이 리조트는 그 길을 막지 않았다. 건축가에게 길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고, 행렬이 지나는 자리 위로는 하늘이 열리도록 지붕을 잘라냈다. 아만다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 리조트의 구상은 아만보다 먼저 있었다. 호주 건축가 피터 뮐러는 1970년부터 발리 고지대 마을의 형식을 그대로 옮긴 리조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1950년대 시드니 웨일비치의 주택들로 호주 유기적 건축의 대표 인물이 됐고, 발리에 살며 오베로이 발리를 지은 사람이다.
당시 우붓은 지금 같은 관광지가 아니었고, 해변을 두고 내륙으로 들어올 여행자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을 알고 있었지만, 같은 답을 가진 파트너를 만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
1988년 푸켓에 아만푸리를 연 아드리안 제차가 두 번째 땅을 찾다가 그 구상을 알아봤고, 뮐러는 설계안을 8일 만에 그렸다. 20년을 생각한 사람의 8일이었다. 그는 설계자이면서 이 리조트의 창업 투자자 중 한 명이기도 했는데, 1988년 4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현장에 살면서 발리 건축과 졸업생들로 현장 사무소를 꾸렸고, 공사에 투입된 600명의 인부는 대부분 마을 사람이었다. 그중 250명이 여성이었다. 석공과 목각 장인은 주변 마을에서 왔고, 커튼과 침구의 직물도 현지에서 짰다. 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이 리조트를 지은 것이다.
필자가 묵은 집의 이름은 복층 구조의 아스마라였다. 인도네시아어로 사랑이라는 뜻이고, 산스크리트의 스마라, 사랑의 신 카마에서 온 말이다. 게이트를 지나면 담장이 마당을 두르고 그 마당에 수영장과 복층 집이 나란히 있다.
같은 금액대의 발리 신축 럭셔리 리조트의 빌라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소박한 집이지만, 규모를 벗어나 잘 계획된 평면 구성 덕에 낡아 보이지 않는다.
담장이 있어서 세면의 문을 모두 열면 드넓은 마당이 온전한 내 것이 되고, 담장 바깥의 골목과 마을과 의례의 길은 남의 것으로 남는다. 안팎이 분명하니 바깥의 이야기를 굳이 지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뮐러가 의례의 길을 막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관대함보다 담장이라는 장치의 덕이 컸을 것이고, 그 장치가 길과 객실을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한다.
새 리조트는 돈으로 재료를 살 수 있어도 재료가 보낸 시간은 살 수 없다. 37년 동안 이끼가 자란 담장, 모서리가 둥글어진 대리석, 손때 묻은 티크 난간. 아만다리에서 가장 비싼 것은 추가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시간 속에 누적되어 남겨진 것들이다.
머무는 동안 가장 오래 남은 건 건축보다 장면들이었다. 마을 아이들이 리조트 안에서 자연스럽게 놀다가 연못가 파빌리온에 앉아 대나무 실로폰 린딕을 두드리고, 다른 날에는 또다른 자리에서 발리 전통 무용 수업을 하고 있었다. 투숙객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마을 아이들의 방과 후 교실이 리조트 안에서 열리는 것이고, 이 리조트가 생길 때부터 춤을 배운 아이들이 지금은 자기 아이들을 보낸다.
리조트마다 이야기가 있다면, 아만다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또 무엇을 지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겨 두었느냐의 이야기다. 길을 막지 않았고, 마을을 옮기지 않았고, 이끼를 닦지 않았다.
그 세 가지 하지 않음이 37년 뒤에 이 섬에서 가장 비싼 밤이 됐다. 로비를 가로지르는 그 돌계단은 오늘도 열려 있다. 흰옷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머리에 이고 투숙객 사이를 지나, 1,500년 전 빛이 떨어졌다는 샘으로 내려간다. 리조트가 연출해 만든 장면이 아니라 막지 않아서 남은 장면이고, 그 장면 하나가 이 리조트의 서사가 되고 납득이 가는 가격표가 된다.
아만다리(Amandari)
위치: 인도네시아 발리 기아냐르군 우붓 케데와탄(Jl. Raya Kedewatan)
교통: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우붓 중심가에서 15분
개관: 1989년 10월 (아만 리조트의 두 번째 리조트)
건축: 피터 뮐러(Peter Muller, 1927~2023) | 조경: 메이드 위자야 | 가구: 네빌 마시
시설: 협곡 가장자리 32m 메인 풀, 레스토랑·바, 스파, 테니스 코트, 도서관, 매일 오후 마을 아이들의 발리 무용·린딕 수업
위치: 인도네시아 발리 기아냐르군 우붓 케데와탄(Jl. Raya Kedewatan)
교통: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우붓 중심가에서 15분
개관: 1989년 10월 (아만 리조트의 두 번째 리조트)
건축: 피터 뮐러(Peter Muller, 1927~2023) | 조경: 메이드 위자야 | 가구: 네빌 마시
시설: 협곡 가장자리 32m 메인 풀, 레스토랑·바, 스파, 테니스 코트, 도서관, 매일 오후 마을 아이들의 발리 무용·린딕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