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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영화 잡설] 문화는 돈이 된다, 포기하면 안 된다
정치 불안·불황에 먼저 움츠러드는 극장가
지자체 긴축이 콘텐츠 생태계까지 흔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지자체 긴축이 콘텐츠 생태계까지 흔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국내 극장가에는 여전히 ‘오디세이’가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신화 하나로 버티며 1200만 관객 수의 꼭짓점에 머물러 있다. 극장가는 흥행 동력을 상실한 지 꽤 됐다. ‘암살자(들)’은 이런저런 논란으로 답보 상태다. 논란이 좋든 싫든,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330만명을 넘겼다. 여전히 박스오피스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 수인 370만~380만명은 힘겨워 보인다. 이 영화 제작비는 180억원으로 관객당 약 5000원의 수익이 잡힌다는 것을 계산하면 400만명 이상이 손익 안정권이다. 애초 이 영화의 흥행 예상 관객 수는 600만~700만명이었다. 사람들은 요즘 온통 다른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청년들의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고 마크롱 정부는 이를 좌파의 과격·약탈 시위 탓으로 돌리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계와 생존 위기에 몰린 MZ세대의 경제적 욕구를 계속 외면하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상의 전복은 늘 경제 문제에서 비롯해 정치혁명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프랑스 시위는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흥청망청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어느 곳에서도 오후 9시 이후 문을 연 술집이나 음식점을 찾기가 어렵다. 음식문화, 술 문화가 바뀌어서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돼서’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고 사람들에게 돈이 없다는 얘기다. 이럴 때 사람들의 엥겔지수(가계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는 높아진다. 생필품에 쓸 돈을 늘리고 문화지출은 현저하게 낮춘다. 한국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엥겔지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1.4%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승 폭은 미국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고 영국 독일 일본보다도 높다. 2025년 한국의 엥겔지수는 30%를 돌파해 1994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문화가 숨 쉴 공간이 없다.
이런 때일수록 확대 재정을 해야 하느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정치적 경제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4개월 전 새로 출범한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바로 그 같은 고민에 싸여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재정 축소를 지나치게 급격하게, 그래서 보기에 따라 ‘폭력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영화 연극 뮤지컬 음악 공연 등을 일회성, 소모성으로 보면 국가의 문화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넘어 문화 비즈니스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사업 통계지수에 따르면 국내 문화산업 전반의 매출은 2024년 기준 157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의 국가 예산은 670조원 규모다. 문화는 돈이 된다. 국가와 지자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 문화를 포기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