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치과를 찾은 환자 A씨는 병원에 붙은 연세대 로고를 보고 원장이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다고 생각했다. 원장은 연세대 비의료계열 학부를 졸업한 뒤 다른 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치과의사 교육을 받았다. A씨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다른 병원도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이름과 로고가 의료진의 출신 의대·치대를 짐작하는 단서로 쓰이면서 환자들이 교육 이력을 혼동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해당 대학 졸업자라는 소개가 사실이어도 의사나 치과의사 교육을 그 대학에서 받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이름과 로고 사용 기준이 달라 환자가 간판만으로 의료진의 이력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학부 졸업만해도 로고 허용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요양기관명에 ‘연세’가 포함된 의원·치과의원은 3371곳에 이른다. 간판에는 같은 ‘연세’가 들어가지만 의료진이 연세대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병원마다 다를 수 있다. 학부와 대학원 졸업, 병원 수련 등 서로 다른 이력이 대학 이름 하나를 통해 전달되면서 환자가 혼동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인천의 한 치과 또한 다른 대학에서 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의료진을 홈페이지에서 ‘연세대 출신 의료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치과에서 최근 임플란트 상담을 받은 김모씨(62)는 “당연히 연세대 치대 졸업생인 줄 알았다”고 했다. ‘연세대 출신’이라는 소개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연세대 치대 졸업’으로 받아들였다.
연세대는 학부 전공과 관계없이 졸업생의 대학 상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비의료계열 학부를 졸업한 뒤 다른 대학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의사나 치과의사가 된 경우에도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세브란스’ 명칭과 로고는 1995년 이후 개원한 개인 병·의원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정부 “의료법 위반은 아냐”
원장이 바뀌어도 대학 이름과 로고가 남은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치과는 연세대 치대 졸업생이 운영하던 병원을 다른 대학 치대 출신 원장이 인수했다. 간판에는 여전히 연세대 로고가 사용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원장이 연세대를 졸업한 것은 아니고 연세대에서 수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동문회는 학교에 병원의 상표 사용 문제를 문의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치대를 졸업한 한 원장은 “환자의 오인이 연세대 치대 졸업생 전체의 신뢰와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동문회는 “연세대 법인사무처가 졸업 동문이 ‘연세’ 상표를 사용하는 데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대학은 사용 범위를 더 좁게 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의대 학부와 치대·치의학대학원 4년제 치의학과 등 지정 과정 졸업자가 의료기관 대표자로 있을 때 심사를 거쳐 로고 사용을 승인한다. 비의료계열 학부 졸업이나 병원 수련 경력만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고려대도 비의료계열 학부 졸업생이 다른 대학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개원한 경우 병원 간판과 외부 홍보 명칭에 대학 이름·로고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대학명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기관 명칭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는 “‘연세OO의원’이라는 명칭은 의료법 시행규칙상 의료기관 명칭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해당 규정에 따른 처벌은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