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콥앤코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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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대신 금 부품 3218개를 연결하고 천연 다이아몬드 4410개를 장식한 브래지어가 런웨이에 등장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주얼리 브랜드 제이콥앤코와 협업해 선보인 '엔젤 판타지 브라'다. 제작사가 제시한 가치는 5000만달러(약 663억원)로 역대 판타지 브라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6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서는 방송인이자 뷰티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가 이 제품을 착용했다. 판타지 브라가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에 등장한 것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제이콥앤코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이번 제품은 자사의 '레어 터치 주얼리 컬렉션'에서 출발했다. 귀금속을 원단처럼 다룬다는 설계 개념을 브라에 적용했다. 금속이 몸에 뻣뻣하게 고정되는 대신 여러 연결 부위가 움직이면서 신체의 곡선을 따라가도록 제작했다.

제작은 연필 스케치로 시작해 실물 크기의 판지 모형을 만들고, 이를 정밀한 컴퓨터지원설계(CAD) 모델로 옮기는 순서로 진행됐다. 전체 구조를 구성하는 부품은 3218개다. 각각 별도로 설계한 부품을 18캐럿 화이트골드로 주조한 뒤 조립했다.

주조에는 왁스 모형을 녹여 없앤 자리에 금속을 부어 형태를 만드는 '로스트 왁스' 기법을 사용했다. 이후 상반신 모형 위에서 수작업으로 부품을 연결하고 보석을 세팅했다. 장인 15명이 투입됐으며 작업 시간은 1000시간을 넘었다.

제작사는 금과 보석만으로 만들면서도 유연성과 착용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완성품 무게는 약 1.8kg에 육박한다.
/사진=제이콥앤코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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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 중앙에는 75.54캐럿의 천연 팬시 비비드 옐로 다이아몬드가 배치됐다. 미국보석감정원(GIA)에서 투명도 VS2 등급을 받은 보석이다. 중심석 양옆에는 합계 11.85캐럿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화이트 다이아몬드 2개를 달았다.

중심석에는 직사각형 또는 정사각형 윤곽에 여러 면을 내는 래디언트 커트를 적용했다. 제이콥앤코는 빛이 보석 내부를 길게 통과하도록 해 노란색을 강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브라를 구성하는 대형 화이트 다이아몬드 91개는 각각 5.01~18.59캐럿이다. 엔젤·페어·라운드 브릴리언트·하트·오벌·마퀴즈 등 6가지 형태로 가공했다. 색상은 E~F, 투명도는 VVS2~VS1 등급의 보석을 사용했다.

보석을 고정하는 방식도 크기와 움직임에 따라 달리했다. 큰 보석은 둥근 금속 발이나 독수리 발톱 형태의 발로 잡아 빛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움직임이 많은 부위는 금속 테두리로 보석을 감싸 고정하고, 보석 사이의 빈 공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배치하는 파베 세팅을 적용했다.

전체 다이아몬드의 총중량은 1373.39캐럿이다. 중심석을 지탱하는 강도와 착용자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목걸이나 브로치보다 복잡한 구조가 필요했다.

5000만달러라는 금액은 제작사가 제시한 완성품의 가치다. 실제 거래가 성사된 가격이나 제작에 투입된 원가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판타지 브라는 1996년 클라우디아 시퍼가 착용한 광고를 시작으로 빅토리아 시크릿의 대표적인 홍보 장치가 됐다. 이전 최고가는 2000년 지젤 번천이 착용한 '레드 핫 판타지 브라'로, 당시 제시 가치는 1500만달러(약 199억원)였다. 올해 제품은 이보다 약 3.3배 높다.

이번 협업은 양사의 브랜드 자산을 결합한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제이콥앤코는 희소한 보석뿐 아니라 금속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제작 기술을 보여주고, 빅토리아 시크릿은 과거 패션쇼의 상징을 되살려 관심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제이콥앤코의 고유한 엔젤 커트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점도 주얼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다.

착용자로 제너를 선정한 데는 런웨이 밖으로 콘텐츠를 확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아담 셀먼은 보그 인터뷰에서 "제너의 대규모 팬덤과 문화적 영향력"을 기용 배경으로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