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당신의 호흡과 억양대로 말해요"
인공지능(AI) 시대에 아이가 어떤 삶을 살도록 교육해야 할까. 남편보다 나를 더 잘 위로해 주는 챗GPT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안 될까.

뇌과학자 정재승 KAIST 교수(사진)가 이런 질문을 담은 신간 <서늘한 대화>를 펴냈다. 학자와 예술가, 기업가, 학부모 등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교육과 노동, 사랑, 예술 등 전방위적인 변화 속 앞으로의 삶을 탐구한다. 제목에 ‘서늘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두려움에 얼어붙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은 채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라고 생각해서다.

[책마을] "당신의 호흡과 억양대로 말해요"
그가 강조하는 것은 ‘AI가 쓴 미래의 초안을 인간답게 고쳐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학부모에게 모든 일에 시큰둥하다는 아이에게 ‘요즘 흥미가 생기는 게 좀 있니’라고 물으라고 말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뭐라고 물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 질문이 또 다른 시험이 아니라는 점을 믿을 때까지”라고 했다.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알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더 오래 빛나는 아이의 눈빛’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책과 음악, 미술,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기자가 묻자 ‘동시대성’이라고 답했다. “우리 시대의 음악과 발견, 예술과 비극이 제 안으로 들어와 제 생각과 선택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동시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AI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는 한 잡지에 실린 배우 정호연 인터뷰를 소개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정호연 배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냥 당신의 호흡대로 해요. 당신 억양으로 말하라고요.” 이 인터뷰에서 정호연은 “완벽한 일은 AI에 맡기고, 우리는 충실히 인간이 돼야죠”라고 말했다.

저자는 “AI와 동시대를 산다는 것은, 기계를 흉내 내지 않고, 기계가 수집할 수는 있어도 대신 살아낼 수는 없는 억양과 흉터를 자기 안에 남기는 일”이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