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리는 ‘슈퍼리치의 미술 장터’ 아트바젤 파리가 조기 폐막한다. 주말로 예고된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관람객과 작품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최대 미술 장터로 불리는 아트바젤이 조기 폐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트바젤은 22일(현지시간) 참가 갤러리와 언론에 보낸 공지에서 “이번 주말 파리 전역에서 벌어질 시위를 고려해 23일 금요일에 올해 행사를 마친다”고 밝혔다. 올해 행사는 사전 공개 기간을 포함해 21~25일 열릴 예정이었다. 행사가 일찍 끝나면서 주말 방문을 계획한 관람객들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이번 조기 폐막 결정은 24일로 예고된 프랑스 전국 동시 시위 때문이다. 일부 시위대가 폭력과 약탈을 자행하고 2000명이 체포된 지난 17일의 사태가 이번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트바젤 행사장인 그랑팔레도 SNS에서 시위의 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문화부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위 당일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오랑주리미술관, 그랑팔레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루이비통재단, 카르티에재단 등 미술 관련 재단과 가고시안 등 대형 갤러리도 잇달아 문을 닫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말 장사가 막히자 갤러리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갤러리들이 부스를 빌리는 비용은 최대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조기 폐막과 관련한 피해 보상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트바젤 대변인은 “재정적·계약상 영향을 논하기엔 이르다”며 “갤러리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파리는 최근 몇 년 새 유럽 최대 미술시장 자리를 넘보며 빠르게 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런던 미술시장 일부가 파리로 옮겨 오면서다. 아트바젤·UB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미술시장 규모는 45억달러(약 6조원)로 9% 확대됐다. 영국 성장률(2%)의 네 배 이상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도시의 안전과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았다. 폭력 시위 영상이 퍼지자 일부 해외 컬렉터는 방문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앞당겨 파리를 떠났다. 미술 자문사 폴슨패브리컨트의 앤드루 패브리컨트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사건은 향후 아트바젤 파리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미술시장 전체로 충격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파리=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