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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英 미술 축제의 초대장…전 세계 눈을 훔치다
아트바젤 파리, 41國 211개 갤러리 참여
수십억대 작품 잇따라 팔려…경매도 후끈
프리즈 런던, VIP 전용 시간 추가로 열어
중동 큰손 늘고 관람객도 5000명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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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런던, VIP 전용 시간 추가로 열어
중동 큰손 늘고 관람객도 5000명 증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그랑팔레는 45m에 달하는 층고와 1만3500㎡의 넓이를 자랑하는 광활한 전시장이다. 41개국에서 온 211개 갤러리가 이곳에 부스를 차렸다. 반투명 유리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명작들 위로 쏟아지자 큰손들의 지갑은 활짝 열렸다. 곳곳에서 수십억원대 거래가 체결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파리가 기존 강자인 영국 런던, 스위스 바젤을 넘어 유럽 최고 미술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하루 만에 런던 제쳐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도 이곳 전시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다. 타데우스 로팍은 첫날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네 점(가격 미공개)을 팔았다. 정희재 타데우스 로팍 팀장은 “각 화랑이 보유한 가장 좋은 작품들을 들고나온 것 같다”며 “첫날부터 고가 작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1주일 전 런던에서 열린 경쟁 아트페어인 프리즈 런던과 비교하면 판의 크기부터 달랐다. 같은 갤러리들이 프리즈 런던 첫날 판 작품 중 가장 비싼 건 화이트큐브의 가브리엘 오로스코 작품(약 4억원), 로팍의 앤터니 곰리 조각(약 9억원), 하우저앤워스의 에이버리 싱어 신작(약 10억6000만원)이었다. 최고가가 많게는 20배 넘게 차이 났다. 프리즈 런던을 통틀어 최고가 작품(공개 기준)도 얀 브뤼헐의 17세기 정물화가 기록한 500만파운드(약 90억원)였다.
4년 전부터 급격히 바뀐 미술 판도
유럽 미술시장을 선도하던 런던이 파리에 추월당한 건 세금 문제가 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는 미술품이 오갈 때마다 수입 부가가치세와 통관 절차가 따라붙었다. 크리스티가 런던에서 열던 ‘이탈리아 미술 경매’를 2022년 파리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런던 미술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영국이 외국인 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면서 중동과 남아시아 부호들이 런던을 떠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파리가 가진 세계 최고의 문화적 자산이 더해졌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광활한 그랑팔레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파리는 런던의 공원 천막에 꾸린 프리즈 런던과 분위기부터 달랐다. 맞은편 프티팔레와 인근의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은 그 자체로 미술의 보고다. 이날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 앞에는 아트바젤을 전후해 전시를 보려는 관람객이 몰려 입장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만큼 긴 줄이 늘어섰다.
반격 노리는 런던, 전시장은 ‘바글’
새로운 손님도 늘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중동계·인도계 갤러리 및 관람객이 흔히 눈에 띄었다. 프리즈 관계자는 “인도·중국 관람객이 지난해의 두 배 넘게 증가했다”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온 왕족이 작품 세 점을 사는 등 걸프 지역과 인도 컬렉터의 구매도 많았다”고 전했다.
일반 관람객도 증가세를 보였다. 프리즈 런던을 찾은 관람객은 9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5000명 늘었다. 그래서인지 17일 찾은 런던 리젠트파크 행사장은 사람들로 붐벼서 제대로 이동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미술계에서는 초고가 작품은 아트바젤 파리에서, 중가 작품은 프리즈 런던에서 거래하는 ‘역할 분담’이 굳어지고 있다고 본다. 마크 파요 하우저앤워스 대표는 “프리즈 런던에서 아트바젤 파리로 이어지는 2주간을 하나의 큰 ‘판매 시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갤러리 중 프리즈 런던과 아트바젤 파리에 모두 참여한 곳은 국제갤러리가 유일했다. 프리즈 런던에서는 갤러리바톤, 파운드리서울, 지갤러리 등의 부스가 주목받았다. P21은 신진 화랑들을 조명하는 섹션 ‘이머전스’에 한국 화랑 최초로 뽑혀 국제갤러리와 함께 아트바젤 파리에 참가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해외 페어에 참여하는 한국 화랑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국내 미술시장의 불황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런던·파리=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