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공간이던 공연장 밖 야외 광장이 새로운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유료 관객 중심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잠재 관객을 확대하려는 예술기관들의 시도로 풀이된다.

광화문역 1번 출구과 인접한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정원'은 그동안 관객들이 공연 전후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불과했다. 다음 달 8일까지 이곳은 감성적인 재즈 선율이 흐르는 야외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해 광화문에 새로 둥지를 튼 한국 대표 재즈클럽 '야누스'와 손잡고 국내 재즈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무대 '커튼콜 가든'을 연 것이다. 지난 15일 첫 무대를 장식한 재즈 밴드 '프렐류드'는 색소폰, 드럼 등 짙은 감성의 재즈 선율로 행인 300여명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정원에서 열린 '커튼콜 가든'에서 재즈밴드 '프렐류드'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정원에서 열린 '커튼콜 가든'에서 재즈밴드 '프렐류드'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즐기며 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을지맥옥, 윤스푸드랩 등 지역 F&B 업체와 협업했다. 공연 당일 세종문화회관 관람객과 아티스트에게는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무료 재즈 공연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6시 30분에, 토요일은 오후 5시 30분에 50분간 열린다. F&B 운영은 화요일부터 일요일(오후 5시~11시)까지 이어진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그동안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여운을 나눌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며 "커튼콜 가든에선 맥주 한 잔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인근 직장인들도 퇴근 후 재즈 공연을 관람하며 서울의 야간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야외 상영회 '계단극장'에 시민들이 모여있다./사진=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야외 상영회 '계단극장'에 시민들이 모여있다./사진=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도 최근 야외 광장에서 북 페스티벌, 패션쇼와 같은 이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지난 18일까지 음악분수 옆 잔디밭에서 열린 '광장 서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예술의전당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도서들이 야외로 나왔고, 빈백에 누운 시민들은 책장을 넘기며 가을날의 여유를 만끽했다.

예술의전당 야외 돌계단은 10월 한 달간 객석이 된다. 실내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기 작품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계단극장'이 오는 31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열린다. 애니메이션 영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부터 오페라 '마술피리'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야외상영회 '계단극장'./사진=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야외상영회 '계단극장'./사진=예술의전당
예술기관의 이같은 행보는 선선해진 가을 날씨와 맞물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한정된 관객 수요로 고민인 예술계 입장에선 미래 관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야외 사업은 당장의 공연·전시 관람 여부를 떠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공간에 대한 친숙함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공연과 전시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