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대형마트 화장품 매대에서는 최근 할인행사가 한창이었다. 핸드크림 10개 묶음의 할인 전 가격은 6만원, 판매가는 3만원으로 안내된 가격표가 걸려 있었다. 당시 이 브랜드 공식 온라인몰의 핸드크림 권장소비자가는 개당 3000원. 온라인몰에서 정가대로 10개를 사는 것과 같은 금액인데도 매장에서는 마치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처럼 소개하고 있었다.

판매원은 내국인 고객을 응대할 때는 온라인 회원가입 시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그는 “외국인은 회원가입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지만 내국인은 가격을 융통성 있게 조절해준다”고 말했다.

◇예약 일방적 취소하는 숙박업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쇼핑·숙박·교통 현장의 ‘가격 기만’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트 할인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숙박업소 예약 뒤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 등이 잇달아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관광불편신고는 1753건으로 지난해 연간(1744건)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신고자의 84.3%가 외국인이었다.
"숙박비 50만원 더 내세요"…외국인 울리는 상상초월 '노양심'
일방적인 예약 취소 및 위약금 과다 청구 등 ‘일반숙소’ 관련 신고가 5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친절 및 가격 시비 등 ‘쇼핑’(376건), 항공사 운영 및 공항시설 미흡 등의 ‘공항·항공’(186건), 미터기 사용 거부 및 난폭운전 등 ‘택시’(182건), 일방적인 예약 취소 및 서비스·위생불량 등 ‘호텔’(146건) 순이었다.

숙박 분야에선 예약 확정 뒤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공개한 사례에선 부산의 한 숙박업소가 BTS 공연 기간 2박 예약을 확정한 소비자에게 시중가보다 싸게 예약됐다며 입실 전 50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다른 업소는 확정된 예약을 임의로 취소하고 객실을 다른 소비자에게 더 비싼 값에 팔았다.

쇼핑에서는 ‘눈속임 할인’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할인 전 가격을 부풀려 소비자가 오인하게 하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 광고로 인정되면 시정명령과 관련 매출의 최대 2%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도 있다.

◇택시 바가지요금도 기승

택시에 관한 불만도 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6년간 외국인 관광객 대상 택시 부당요금 신고는 6481건이었다. 서울시가 올해 1월 공개한 적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김포공항에서 연희동까지 외국인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는 미터기 요금 3만2600원 대신 5만6000원을 받았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택시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204건으로 전체의 3.1%에 그쳤다. 주의·지도교육으로 마무리한 신고는 1865건(28.8%), 자체 종결은 4368건(67.4%)이었다.

신고를 독려하는 포상금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부당요금 신고가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면 심사를 거쳐 50만원을 지급할 수 있지만, 같은 기간 신청과 지급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발표한 외국인 택시 불편 개선 대책에도 택시 영수증 영문 병기 및 불법행위 단속에 대한 안내가 있었을 뿐 포상금 안내는 빠졌다. 모 의원은 “관광객이 신청하기 어려운 절차를 그대로 두니 한 건도 쓰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