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가미형 호위함.
일본 모가미형 호위함.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함정 수출 확대에 대응해 유휴 조선라인을 재가동한다. 자국 방위성의 발주에 해외 수주까지 더해지면서 부족해진 건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호주 호위함 사업을 따낸 일본이 생산 기반 확충에 나서면서 한국 함정 수출에도 경쟁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오카야마현 다마노시에 있는 계열사 미쓰비시중공업마리타임시스템즈 본사 공장의 선대 1기를 2027년도에 재가동한다. 선대는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하거나 보수하는 시설이다. 길이 약 250m인 이 선대에서는 해상자위대의 신형 보급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방위비 늘고 수출 길 열리자 생산 능력 확충

다마노 공장에는 선대와 도크가 각각 2기씩 있다. 재가동 대상 선대는 2024년 소형 선박 1척을 건조한 뒤 사용하지 않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기존 크레인 등을 활용해 투자비를 줄이고 협력업체와 연계해 건조 인력을 현재의 약 1.5배로 늘릴 계획이다.

신형 보급함은 연료와 물자 수송을 맡는다. 기존 도와다급과 마슈급을 웃도는 해상자위대 최대 규모의 보급함이 될 전망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함정 건조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 나가사키조선소에서는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호주 차기 호위함 사업도 수주했다.

일본 정부는 2023년도 이후 방위비를 대폭 늘려왔다. 당초 2027년도까지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도 2025년도로 앞당겼다. 지난 4월에는 공격 능력이 있는 방위장비의 수출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호주에 이은 추가 함정 수출 사업도 검토되고 있다.

반면 공급 기반은 제한적이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오랫동안 방위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함정 건조 능력을 축소해왔다. 미쓰이이앤에스의 함정 사업 철수 등으로 현재 방위성에 납품할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업체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두 곳뿐이다.

한국 탈락한 호주 사업 수주…함정 수출 경쟁 본격화

호주 사업은 일본의 함정 수출이 한국 업체들에도 현실적인 경쟁 변수가 됐음을 보여준다. 초기 경쟁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 스페인 나반티아가 참여했다.

호주는 2024년 11월 일본과 독일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한국 업체들은 이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후 2025년 8월 일본의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이 선정됐고,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4월 일본에서 건조할 첫 3척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첫 함정은 2029년 인도할 예정이다.

함정 수출은 선박 인도로 끝나지 않는다. 운용 교육과 부품 공급, 유지·보수, 성능 개량으로 장기간 거래가 이어진다. 국가 간 안보 협력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본 정부의 외교·방위 협력이 수출 확대와 결합할 가능성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번 선대 재가동은 일본의 추가 수주를 제약하는 생산 여력을 보완하는 조치다. 해외 주문을 확보하더라도 자국 함정 건조로 설비가 가득 차 있다면 수출 확대에 한계가 생긴다. 유휴 설비를 복원하고 인력을 늘리면 이런 제약을 줄일 수 있다.

다마노 공장 역시 한때 사업 철수 위기를 겪었던 거점이다. 과거 공장을 보유했던 미쓰이이앤에스홀딩스가 실적 부진으로 함정 사업 철수를 결정했지만, 2021년 미쓰비시중공업이 인수하면서 명맥을 이어갔다. 인수 이후 이번 재가동 대상 선대에서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처음이다.

상선 분야에서도 유휴 설비를 다시 가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나무라조선소 산하 하코다테도크는 1993년 이후 가동을 멈췄던 상선 건조 도크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조선업 불황기에 축소됐던 일본의 건조 기반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함정과 상선 양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늘어난 함정 발주가 조선소와 기술인력, 기자재 공급망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일본의 방위비 확대와 함정 수출이 조선업 전반의 생산 역량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한국 조선업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