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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vs 서예…유네스코 무형유산서 펼쳐지는 韓日 문화외교 [도쿄나우]
나란히 23건 韓日
韓 인삼·日 온천까지 등재 추진
태권도는 北 단독 유력
韓 인삼·日 온천까지 등재 추진
태권도는 北 단독 유력
5일 유네스코와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이 신청한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과 일본의 ‘서예’에 대해 각각 ‘등재’를 권고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평가기구의 권고를 존중하는 것이 관례여서 두 유산 모두 등재가 유력하다. 확정되면 양국은 각각 24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韓 “종이 그 이상의 유산”…日 “일상에 뿌리내린 서예”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로 만드는 한국의 전통 종이다. 이번 등재 대상은 종이라는 완성품을 넘어 원료를 채취하고 가공해 종이를 완성하는 과정에 담긴 장인의 지식과 기술, 공동체의 문화적 관습을 아우른다.평가기구는 한지가 기록과 인쇄, 공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공동체의 일상과 문화적 관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오늘날에는 친환경 건축 부재와 예술품 등으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보유자인 홍춘수·김삼식·신현세·안치용 장인이 전통을 잇고 있다. 이승철 동덕여대 미술학과 교수는 지난달 국가유산진흥원 주최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지를 “자연과 인간의 상생적 협업, 세대의 기억을 지탱해 온 유기적 기술문화”라며 “종이 그 이상의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서예가 현대에도 생활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편지나 관혼상제에서 이름을 적을 때 붓글씨를 쓰고, 새해 처음으로 붓글씨를 쓰는 ‘가키조메’ 풍습을 지키는 등 예술과 일상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문화청은 2021년 서예를 국가 등록무형문화재로 등록했다. 2023년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선정한 뒤 2024년부터 등재를 신청해왔다.
김장과 일식 이어 인삼·온천까지
한국과 일본은 음식과 공연예술,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문화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왔다.한국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아리랑, 김장문화, 제주해녀문화, 탈춤 등에 이어 2024년 ‘장 담그기 문화’를 등재했다. 일본도 전통 가면극 ‘노’와 희극 ‘교겐’을 아우르는 ‘노가쿠’, 일본 전통 식문화인 ‘와쇼쿠’ 등에 이어 같은 해 전통 술 빚기를 등재했다.
후속 후보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2028년 인삼 재배와 가공 기술, 생활 문화를 아우르는 ‘인삼문화: 지식, 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 실천’의 등재에 도전한다. 일본은 각지에서 전승되는 민속예능 ‘가구라’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생활 관습인 ‘온천 문화’의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양국의 움직임은 개별 작품이나 상품뿐 아니라 이를 만들고 즐기며 다음 세대에 전하는 생활 방식까지 문화적 자산으로 알리려는 노력이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국제적 인정으로 연결하는 문화외교의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올해 심사에서는 북한이 단독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도 등재 권고를 받았다. 확정되면 아리랑, 김치 담그기, 남북 공동 등재한 씨름, 평양냉면, 조선 옷차림 풍습에 이어 북한의 여섯 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다.
북한은 2024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3월 신청서를 내며 공동 등재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이번 심사에서의 공동 등재는 사실상 무산됐다. 향후 확장 등재를 추진하려면 기존 등재 당사국과 협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유네스코 등재는 특정 국가에 문화의 기원이나 독점권을 인정하는 절차는 아니다. 한지와 서예 역시 동아시아가 공유해온 종이·붓글씨 문화 속에서 각국 공동체가 발전시키고 전승한 특징을 대상으로 한다. 등재 건수와 함께 전통을 이어갈 사람과 기술, 생활 기반을 얼마나 충실하게 지켜내느냐가 양국 문화외교의 과제로 남는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