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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자면 2000만원 준다"…수만명 몰려든 '파격 대회' [도쿄나우]
책부터 침대까지 숙면에 지갑연다
수면 대회에 4만7000명 몰려
잘 자는 법 담은 책 불티
일본서 사업 기회 된 숙면
수면 대회에 4만7000명 몰려
잘 자는 법 담은 책 불티
일본서 사업 기회 된 숙면
도쿄 도심의 한 건물에 놓인 매트리스 위로 참가자들이 나란히 누웠다. 이들이 겨루는 종목은 달리기도, 힘겨루기도 아닌 ‘잠’이다. 수면 측정기기를 착용한 채 90분 동안 얼마나 빨리, 깊고 안정적으로 잠드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우승 상금은 222만엔(약 1900만원). 지난달 5일 도쿄 미나미아오야마에서 열린 ‘매트 레이스 by Koala’의 풍경이다.
호주 침구·가구 브랜드 코알라가 마련한 이 행사에는 주최사 집계로 2주도 안 돼 4만5000건 넘는 지원이 몰렸다. 참가자 추첨 경쟁률은 760 대 1을 웃돌았다. 큰 상금과 이색적인 형식이 관심을 끌었지만, 행사가 내세운 경쟁력은 현대인에게 익숙하면서도 얻기 어려운 능력인 ‘잘 자는 것’이었다.
우승자는 도쿄도 무사시무랴아마시에 사는 24세 여성(참가명 스이미)이었다. 그는 “큰 소리가 나는 공연장에서도 잠든 적이 있다”며 “상금은 독립을 위한 이사 비용과 공주 같은 침대를 사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수면이 건강 관리와 소비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숙면을 돕는 침구를 넘어 자신의 잠을 측정하는 기기와 서비스, 수면 지식을 전달하는 출판물까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잠을 줄여 확보하던 시간이 이제는 돈을 들여 개선하려는 생활의 영역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몇 시간 자야 하나’…수면 입문서 불티
출판시장에서도 관심이 확인된다. 아사히신문출판이 2024년 8월 펴낸 《이제 와서 묻기 어려운 수면의 초기본》은 지난해 10월 6쇄를 찍으며 누적 발행 10만부를 넘겼다. 수면 연구자인 야나기사와 마사시 쓰쿠바대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 기구장·교수가 감수한 책이다.책이 다루는 질문은 일상적이다.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왜 피곤한지, 휴일에 몰아서 자도 되는지,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얼마인지 등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특히 ‘나흘간 알람 없이 자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가늠하는 방법’이 소셜미디어 X에서 화제가 됐다.
이 책은 ‘하루 7시간 수면이 최적’이라는 통념에도 질문을 던진다. 수면시간이 7시간인 집단의 사망 위험이 낮다는 통계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래 자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나더라도, 이미 건강 문제가 있어 수면시간이 길어졌을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은 만성적으로 수면 부채가 쌓여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8~9시간보다 오래 자는 사람은 이미 건강 문제를 안고 있어 수면시간이 길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자에게 제시하는 출발점도 고가의 제품 구매가 아니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기상시간을 유지하면서 취침시간을 조금씩 앞당기고, 몸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7시간’이라는 숫자에 맞추는 데 있지 않다. 충분히 잔 뒤 피로가 풀리는지, 낮 동안 졸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지를 살피며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을 찾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침구에 측정기 결합…‘잠의 상태’가 상품으로
기업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면을 수치로 보여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코알라의 수면 대회도 매트리스에 누운 느낌을 묻는 대신 측정기기로 잠의 상태를 기록하고 점수를 매겼다. 침구 체험에 측정과 오락을 결합해 소비자 관심을 끌어낸 셈이다.일본 수면 관련 기업 브레인슬립은 전국 취업자 1만명을 대상으로 ‘수면 편차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면시간뿐 아니라 잠을 자고 회복됐다고 느끼는 정도, 낮 동안의 졸음 등을 살펴 수면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직원 건강 관리와 연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NTT동일본과 브레인슬립, 모리빌딩은 수면 개선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측정과 교육을 결합해 직원들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이해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돕는 방식이다. 수면을 개인의 휴식 문제에서 업무 수행과 연결되는 관리 대상으로 확장한 것이다.
OECD가 취합한 2021년판 생활시간 자료에서 일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22분으로, 한국(7시간51분)보다 약 30분 짧았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