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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배신당한 오텔로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작품 중 가장 빛나는 걸작으로 많은 이가 주저 없이 ‘오텔로’를 꼽는다. ‘오텔로’는 웅장함에선 ‘아이다’를, 화려한 선율로는 ‘라트라비아타’를 따라가지 못한다. 귀에 익은 아리아와 합창곡이 많기로는 ‘리골레토’와 ‘일트로바토레’에 못 미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선명한 선악의 대비,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감정의 분출, 절망적인 파국이라는 극적 구성 덕에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오텔로’ 연주의 역사는 거장들의 경연장이기도 했다.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는 오텔로 역만 427회 맡았다. 존 비커스, 플라시도 도밍고 등 유명 성악가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알베르토 에레데, 툴리오 세라핀 같은 명지휘자가 반복해서 ‘오텔로’를 녹음했다. 지휘자 정명훈도 1993년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도밍고와 세릴 스튜더 등을 기용한 음반을 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의 ‘오텔로’ 부산 공연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이다. 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작으로 라스칼라의 공연을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초청을 철회한 것이다. 지난 6월 부산시장이 교체된 뒤 105억원 규모 협찬금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이 부각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부산시도 고심 끝에 공연 철회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2027년부터 라스칼라 음악감독을 맡는 인연으로 어렵사리 성사된 공연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혹시 배신과 속임수로 뒤얽힌 ‘오텔로’가 아니라 다른 작품이었다면 개막 공연의 운명이 달라지진 않았을지 궁금해진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