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직 비서실장 > 임광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임자인 강훈식 비서실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 실장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전·현직 비서실장 > 임광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임자인 강훈식 비서실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 실장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사진)을 임명했다. 현직 국세청장이 대통령 최측근 참모인 비서실장에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임 신임 비서실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 강서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줄곧 국세청에서 일한 정통 세무관료 출신이다. 2022년 국세청 ‘2인자’인 차장을 끝으로 퇴직했다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이 영입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국세청장에 발탁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강 전 실장은 “임 실장은 국회와 정부를 두루 경험한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국정에 더 크게 반영하고 당·정·청 간 협력으로 국정 성과에 속도를 낼 적임자”라며 “민생 회복과 사회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을 실천하며 국민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임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한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고책임자로서 청와대 업무 전반을 책임지며 민생 성과를 위해 온 힘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30년 공직 생활 '국세청 조사통'…선박왕 권혁 4천억 체납액 받아내
與 내홍에 계파색 옅은 인사 택해…"대통령 보좌, 민생 성과에 온 힘"

靑 새 비서실장 임광현 '깜짝 카드'…"李 국정과제 속도 낼 실무형 실장"
임광현 청와대 비서실장 발탁은 여권은 물론 청와대 내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카드’다. 정치권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현역 의원이나 중진 의원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카드를 배제하고 관료 출신인 ‘실무형 참모’를 기용한 건 국정 운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무 관료로만 30년 가까이 지내 중앙정치 경험이 적고 다양한 대내외 현안을 접해보지 못한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靑 하루, 절박해야”

靑 새 비서실장 임광현 '깜짝 카드'…"李 국정과제 속도 낼 실무형 실장"
임 실장은 14일 인선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한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청와대 업무 전반을 책임지며 민생 성과를 위해 온 힘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하루하루가 절박한 만큼 청와대의 하루도 절박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고단한 하루를 바꾸는 데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 실장은 1995년 국세청에 입직해 핵심 부서인 세무조사 부서에서 주로 근무한 ‘조사통’으로 꼽힌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도 지냈다. 22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국회의원 시절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소득세 기본공제액 상한 등을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 임명된 뒤에는 역내외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역량을 발휘했다. 지난 7일엔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에게서 체납액 4000억원을 완납하겠다는 확약을 받아냈다. 이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이 요새 매우 잘하고 있다”고 임 실장을 공개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임광현 실장님 환영한다. 훈식이형(강훈식 전 실장)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낼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썼다.

◇李, 장고 끝 ‘깜짝 인사’

강 실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어수선한 국면을 쇄신하고 국정 방향을 잡는 기획형·전략형 비서실장이었다면, 임 실장은 방향을 잡은 국정 과제를 실행하고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실무형이자 관리형 인사로 분석된다. 오랜 기간 공직에 있었던 만큼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이 대통령은 강 전 실장의 사임 표명 이후 후임 비서실장 후보군을 놓고 23일간 장고를 거듭했다. 당초 여권에서는 친명계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 친문(친문재인)계 전현직 정치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한 의원은 막판까지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계파색이 옅은 임 실장을 기용하며 ‘회색지대’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한 의원은 “당내 계파 투쟁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계파색이 강한 인사를 발탁하면 당내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역 의원을 뽑으면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운 카드였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임 실장 발탁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카드”라며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확실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관료 출신인 만큼 ‘정치적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긴 어려울 스타일’ 등의 반응도 나왔다.

한재영/김형규/최형창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