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기고] AI로 앞서간다는 착각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최고AI책임자(CAIO)
AI의 빠른 발전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역설도 있다. AI를 많이 사용할수록 남들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이전보다 빠르게 정보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며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으니 실제 생산성은 높아진다. 문제는 경쟁자 역시 같은 생산성 향상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AI는 소수 기업만 가질 수 있는 독점 기술이 아니다. 새로운 모델이 공개되면 전 세계의 기업과 개인이 거의 동시에 이를 사용한다. AI는 답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푸는 방법과 학습 방향까지 제시한다. 우리는 AI를 통해 더 빨리 배우지만 경쟁자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의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기업 간 차이는 생각만큼 벌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AI를 사용하면서 학습의 속도와 방향까지 동기화되고 있어서다.
‘AI를 잘 쓰는 능력’ 자체의 희소성도 떨어지고 있다. 어제까지 일부 전문가와 기업만 가능하던 일이 오늘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AX 역시 ‘AI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덜어내야 한다. 시장에서 조달하거나 외부에 맡길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면 된다. AI를 통해 직접 만드는 비용이 낮아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과정에서도 조직의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실행비용이 낮아졌다고 해서 기회비용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직접 만들지 않을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후 기업이 집중할 일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남이 만든 것이 우리에게 맞는지 검증하는 일과 우리 말고는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을 찾는 것이다. 범용적인 영역에는 최소한의 자원을 쓰고 우리 회사와 고객에게 중요한 문제에 시간과 비용을 집중해야 한다.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수록 경쟁력은 무엇에 기술을 적용할지 판단하는 결정에서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AX는 ‘더하기’보다 ‘빼기’에 가깝다. AI로 할 수 있는 일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기업의 시간과 인력, 비용은 여전히 한정돼 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더 빠르게 하고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모두가 AI를 사용하는 시대에 기업의 차별성은 무엇을 남에게 맡기고, 무엇을 우리가 직접 할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AI로 앞서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모두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