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서울 집값 87주 상승이 우리 사회에 던진 함의
서울 집값 상승세가 놀랍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주 기준으로 87주 연속 올랐다. 누적 상승률은 17%를 넘었다. 상승 기간과 폭 모두 역대 최대다. 매매와 전세, 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현상마저 나타났다.

핵심 원인은 주택 공급 부족이다. 아파트 기준으로 서울은 매년 4만~5만 가구가 필요한데 입주 물량은 올해 2만5000여 가구, 내년에는 2만 가구 미만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 책임은 아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지연된 2022년과 2023년 무렵부터 예견된 일이다.

주택시장에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확증 편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체득한 경험칙이다. 정부의 정책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무엇인지 찾아내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펴야 했다.

정부는 처음엔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와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섰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어떤 심리 상태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듯하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주택은 4억원,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이하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한 정책을 보자. 고가주택 대출을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하지만 시장은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리는 기폭제로 받아들였다. 25억원 초과 주택에는 ‘현금 부자’가 몰렸다.

실거주 의무와 전세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고 ‘갭 투자’도 차단하겠다는 조치였다. 전세 입주자는 전세 물량 감소 신호로 여겼다. 이 중 상당수가 주택 매수에 나섰다.

세금 정책도 마찬가지다. 시가 40억원 이상 초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는 투기적인 수요가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은 20억~30억원대 주택 매수로 반응했다. 서울 강남과 서초 등의 초고가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지만 주택 매수세는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87주 연속 서울 집값 상승은 이처럼 주택 공급 부족과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정책이 어우러진 결과다. 우리 사회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먼저 서울 집값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도이체방크연구소가 69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물가지도 2026’에 따르면 도심 아파트 기준 서울의 ㎡당 가격은 2만5545달러로 전년보다 11.7% 올랐다. 홍콩(2만7753달러), 스위스 취리히(2만6727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지난해는 4위였는데, 올해 싱가포르(2만2933달러)를 제쳤다.

이런데도 집값 추가 상승 기대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여전히 소수다. 정부가 올해 들어 ‘닥치고 공급’을 외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서울 집값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울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제힘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최근 20여 년간 10여 개 신도시가 서울 주변에 생겼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학교 도로 지하철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한 곳이 상당히 많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일부 신도시를 제외하면 서울 출퇴근조차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불안 심리도 진정된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데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섣부른 정책은 매수 심리만 자극한다. 공급 대책을 내놔도 내용이 신선한 것들로 채워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정부가 조급해하는구나’라는 불안감만 키운다. 주택 소유 욕구는 오히려 커진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도 잊지 말자.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급등 이후 ‘하우스푸어 사태’가 터졌다. 서울 집값 상승이 이례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금리도 많이 올랐다. 당장 집값이 꺾일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