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수도권 버금가는 메가시티 탄생은 대한민국의 축복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을 때 서울 집값이 오르면 ‘패키지’로 따라붙는 정책이 세 가지 있다. 부동산 세금 중과, 신도시 조성, 국가 균형발전이다.

첫 시행은 노무현 정부 때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 보유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했고, 서울 주변에 여러 신도시를 조성했다. 정부 부처는 세종시로, 공공기관은 여러 지역으로 옮겨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초거대 메가시티(megacity)’ 수도권의 탄생이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다.

수도권 집중은 공공기관이 떠난 자리에 민간기업이 들어오고, 서울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심화했다. 지난 20여 년간 경기도에 판교, 동탄1, 동탄2, 광교, 위례, 운정, 한강, 양주, 고덕 등 9개 신도시가 생겼다. 인천에는 검단신도시가 조성됐다.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도시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2600여만 명으로 300만 명 넘게 증가했다.

신도시 급증이, 수도권 집중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인재가 몰린 덕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거대 메가시티 수도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형성된 수도권이 거대한 ‘집적의 효과’를 창출한 것이다. 수도권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성공했다는 징표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산업단지 형성, 인천 송도와 청라의 바이오 및 미래 모빌리티 산업단지 구축 등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 글로벌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벨트(기흥-화성-평택)와 SK하이닉스 벨트(이천-용인-충북 청주)도 더 단단해졌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초거대 메가시티의 핵심이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성공 스토리다. 앞으로는 어떨까. 이재명 정부 역시 서울 집값이 오르자 부동산 세금 강화, 신도시 조성 확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초고가 및 비거주 주택에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신도시를 건설하고,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을 세종으로 옮기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데자뷔로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로 불리는 지방산업 육성 정책이다. 지방 거점 도시를 잇는 초광역 전략으로 반도체, 로봇 등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분야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800조원을 투자한다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수도권 이외에 내세울 만한 메가시티가 생긴다면 대한민국 전체의 축복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들어서는 매력덩어리 하나가 더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 안정과 수도권 집중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추진 동력을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요인은 여러 가지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문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공소취소 논란, 사법부와의 갈등, 경찰에 대한 불신, 민주당 내부 분열, 세제개편안 후유증, 개각 인사 파동 등이다. 이 중 상당수는 대통령과 정부의 지나친 자신감 또는 과도한 개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논란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를 지방에 조성하는 것은 국가의 근본을 재편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걸어볼 만한 대통령의 과제다. 전력 용수와 인력 확보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산업, 노동, 교통, 지역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된 초고난도 과제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주거 및 교육 환경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비하면 예컨대 서울 강남 집값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질병도 아니고, 배 아픔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문제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온 게 그간 민주당 정부가 보인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이라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사소한 문제들로 귀결될 게 뻔한 사안에 대한 관여는 최소화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포함한 지방 산업 육성에 전력투구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