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사진=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사진=tvN 제공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독립운동을 그린 한국 드라마가 일본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현지 넷플릭스 인기 순위에 진입하면서 흥행 시동을 걸었다. 역사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장르적 재미를 토대로 일본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얻고 있는 것이다.

14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100일의 거짓말'은 전날 기준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톱10에서 10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거둔 성과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공개되는 수많은 콘텐츠와 경쟁해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높다. 야후재팬 기반으로 제공된 온라인 반응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100일의 거짓말' 관련 게시물은 105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근 7일간 올라온 게시물은 793건으로, 전체의 약 75%에 달했다. 최근 일주일간 관련 게시물의 긍정 반응 비율은 62%로 부정 반응(38%)을 크게 웃돌았다. 방송을 전후해 현지 온라인에서 작품에 관한 언급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100일의 거짓말'은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운동 단체의 밀정이 된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 분)이 조선총독부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로맨스다.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박진영 분)와 얽히면서 사랑과 비밀, 독립을 향한 투쟁이 교차한다.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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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청자 사로잡은 일본어 연기와 로맨스

일본의 식민통치와 이에 맞선 조선인들의 저항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지만, 이례적으로 일본 시청자들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배우들의 수준급 일본어 연기부터 영화 같은 연출, 주연 배우들의 로맨스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영화·드라마 평가 플랫폼 필마크스(Filmarks)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올라온 시청자 반응에서는 특히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에 대한 호평이 두드러졌다. 일본인 사토 신이치 역을 맡은 진선규를 두고 한 시청자는 "일본어를 너무 잘해서 입이 떡 벌어졌다"며 "발음과 억양이 지금까지 본 한국 드라마 중 가장 뛰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유정의 일본어에 대해서도 "일본어를 잘해서 대단하다", "일본어가 귀엽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호평 뒤에는 배우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일본어를 아예 할 줄 몰랐던 진선규는 언어 습득을 위해 2개월 단기 유학까지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일본에 살면서 하루 7시간씩 대본만 외웠다"고 밝혔다.

박진영 역시 외국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입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습밖에 답이 없었다. 머리가 외운다기보다는 입이 외운다는 느낌으로 툭 치면 나오게끔 연습했다. 그런데도 현장에 가면 실수가 잦았다. 끝까지 긴장하면서 연습했다"고 전했다.

◇ 역사적 무게에 장르적 재미 더하니…일본서도 관심

일제강점기 다뤘는데 日서도 인기…'100일의 거짓말' 반전 흥행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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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영상미와 빠른 전개도 관심을 끌었다. 첫 회부터 긴장감을 유발하는 전개와 연출, 제작 규모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현지에서는 "매회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 작품도 걸작이 될 것 같은 예감" 등의 평가가 나왔다. 김유정과 박진영의 조합을 두고는 "차세대 연기파 콤비", "두 사람의 비주얼 궁합이 최고"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무거운 시대적 배경 위에 첩보물의 긴장감과 로맨스의 설렘을 더한 구성이 일본 시청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셈이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기존 작품들이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저항에 무게를 뒀다면, 이 작품은 소매치기가 밀정으로 변신한다는 설정과 통역관의 이중적인 정체성을 활용해 첩보극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적의 심장부에서 얽히고설키는 과정은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는 요소다.

그렇다고 시대적 아픔을 가볍게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은 일제 식민통치 아래 놓인 조선인들의 삶과 독립을 향한 열망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있다. 제작진 역시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첫 대본 연습에 앞서 배우들은 다함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묵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