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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조원 규모의 초과세수를 놓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벌이는 힘겨루기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재경부와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실은 초과세수를 국고채 발행 축소 재원으로, 예산처와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실은 미래대응기금에 더 많은 재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쪽 몫이 늘면 다른 쪽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 양상이다. 정부 안에서는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건설적인 정책 논쟁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63조2000억원가량의 초과세수 가운데 상당액을 미래대응기금과 국고채 발행 감축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배분 규모를 논의 중이다. 재경부와 경제성장수석실은 신규 국고채 발행을 줄여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고 국가채무와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경부가 국고채 발행 감축에 무게를 두는 것은 최근 시장금리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연 4.119%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글로벌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영향이 크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 등에 영향을 미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부담이 된다.

초과세수를 활용해 채권시장에 공급되는 국고채 물량을 줄이면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재경부의 논리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정부와 청와대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필요성을 적극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의 주장은 10월 국고채 발행계획에 반영됐다. 재경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26년 10월 국고채·재정증권·원화표시 외평채 발행계획’에서 국고채 경쟁입찰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5조원 줄인 12조원으로 정했다. 시장에 새로 공급될 국고채 물량이 감소하는 만큼 금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연 4%대인 점을 감안하면 5조원어치 신규 발행을 줄일 경우 연환산 2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반면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과 예산처는 초과세수의 상당액을 미래대응기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 재원을 확보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채 상환과 발행 축소로 채권시장 규모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류 보좌관은 지난 9월 2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국가채무를 우선 상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채시장이 일정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국고채 시장 규모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으로 국채는 발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량이 적지 않은 데다 순발행도 매년 많다. 정부의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국고채와 주요 정부보증채 규모는 총 283조975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272조7650억원보다 11조2100억원(4.1%) 늘어난 수치다.

미래대응기금에 자금을 쌓아두는 동안 얻을 운용수익이 국고채 조달금리를 웃돌지도 불확실하다. 기금의 비용 차감 후 수익률이 국채 발행금리보다 낮다면 해당 재원으로 국고채를 상환하는 것이 금융비용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경제학계에서는 채무 감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7~28일 경제토론 패널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달 8일 공개한 ‘초과세수와 미래대응기금’ 설문에서 응답자 28명 중 18명(64.3%·복수응답)은 예상보다 세수가 크게 늘었을 때 우선 고려할 과제로 ‘국가채무 감축을 통한 재정건전성 개선’을 꼽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