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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처분 '고법 직행' 2심제 논란…"시장 경쟁 회복에 신속함 필요"
공정위 처분이 1심 대체
사실 공방은 고법에서만
정무위 국감서 논란
유동수 "조세심판원처럼 독립기구 둬야"
주병기 "미국 FTC 수준 절차 보장"
사실 공방은 고법에서만
정무위 국감서 논란
유동수 "조세심판원처럼 독립기구 둬야"
주병기 "미국 FTC 수준 절차 보장"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서 유동수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을 같은 기관에서 심의·의결하는 구조가 과연 1심 재판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사법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내부 전원회의의 제재 처분을 1심 재판으로 간주한다. 기업이 불복할 경우 1심 행정법원을 건너뛰고 곧바로 서울고등법원(2심)으로 직행해 재판을 받도록 하는 전속관할 방식이다.
이에 대해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3심제로 전환할 경우 사건 처리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신속한 시장 규제와 경쟁 복원이 어려워진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공정위만 2심제 운영
공정위 처분에 대한 고등법원 전속관할 규정은 1980년 12월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도입됐다. 경제 사건은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전문 행정기관인 공정위의 전원회의 심결을 1심 재판에 준하는 절차로 인정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2심제로 운영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1998년 행정소송법 개정으로 행정법원이 신설되면서 대부분의 행정처분 불복 소송이 3심제 체계로 재편됐으나, 공정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다른 경제 및 규제 부처의 쟁송 절차는 공정위와 차이를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처분에 불복할 경우엔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법원(1심), 고등법원(2심), 대법원(3심)으로 이어지는 3심제를 적용받는다. 고용노동부 처분 역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만, 행정소송은 행정법원에서 1심을 시작한다.
국세청의 과세 처분은 조세심판원이나 감사원의 심사청구를 거친다. 조세심판원은 외부 전문가가 심판관의 과반을 차지하도록 구성돼 있다. 조세심판원 결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3심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특허청은 특허심판원 심결 후 고등법원급인 특허법원으로 직행하는 2심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특허심판관 제도를 통해 전문 재판관들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재계, 법조계 "사실심 기회 적다"
경제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행 2심제가 기업의 방어권을 제약한다고 지적해왔다. 국내 사법 체계상 증거를 제출하고 사실관계의 진위를 확정할 수 있는 ‘사실심’은 1심과 2심에서만 진행되며, 대법원은 법률 위반 여부만 심사하는 ‘법률심’이다. 공정위 처분 취소 소송이 서울고등법원으로 직행할 경우, 기업이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기회는 한 번으로 줄어든다는 논리다.공정위 내부의 ‘조사·심판 일원화’ 구조도 오랜 비판 대상이다. 공정위는 조사를 담당하는 심사관 부서와 심의·의결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내부적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양 부서 모두 공정위원장의 지휘 및 인사권 아래 있어 기관 내부 결정의 독립성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전문성 신속성 VS 독립성 객관성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정무위원장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심제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조세 불복 사건 구조에 밝은 유 위원장은 국세청 조세 불복 절차와 공정위 절차를 비교했다. 유 위원장은 “국세청 과세 처분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처분에 불복하면 외부 전문가가 다수인 조세심판원을 거친 뒤 3심제 재판을 받는다”며 “반면 공정위는 외부 위원보다 내부 위원이 많은 전원회의가 1심 재판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판단 기관의 독립성과 심사관·피심인 양 당사자의 대등성이 확보되어야 사법절차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조세심판원처럼 처분 권한을 총리실 등 외부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1심을 행정법원으로 하는 3심제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주병기 위원장은 경제 사건의 특수성과 시장 질서 회복의 신속성을 근거로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은 시장 획정, 경쟁제한성 입증 등 고도의 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해 경제학자, 법학자 등으로 구성된 공정위 전원회의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 우려도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경제 사건은 속도가 중요하며, 3심제로 전환할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평균 5~7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소송 장기화 시 독과점 규제에 따른 시장 경쟁 복원의 적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도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심의 조직과 조사 조직을 철저히 분리했으며,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피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FTA와 '동일' VS '차이'
주 위원장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1심을 대체하고 있다”며 제도의 정당성을 언급했으나, 유 위원장은 미국 행정법판사 제도의 차이점을 제시하며 반박했다.미국의 반독점 집행 체계는 법무부 반독점국(DOJ)과 연방거래위원회(FTC)로 나뉘어 운영된다. DOJ는 직접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이후 연방항소법원과 연방대법원으로 이어지는 3심제를 거친다.
FTC는 공정위처럼 행정절차를 통해 제재를 가하지만 내부 심판 구조에 차이가 있다. FTC 내부 기소 부서가 사건을 제기하면, 기관 내 독립적 신분이 보장된 ‘행정법판사(ALJ, Administrative Law Judge)’가 1심 재판관으로서 초기 결정을 내린다. ALJ는 연방행정절차법에 따라 증거조사와 심문을 진행한다. 이를 거친 후 항소법원으로 사건이 이관되는 구조다.
반대로한국 공정위 전원회의는 정무직 공무원과 일반 공무원, 비상임위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국회에서도 2심제를 고치자는 법안이 수 차례 발의됐으나, 유야무야됐다. 정치권에선 공정위 제재 절차 개편에 대해 처분 불복 시 행정법원 1심을 부활시키는 3심제 복원 방안과, 현행 2심제를 유지하되 제재 심의 권한을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기구로 이관해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일각에선 3심제로 개편될 경우 경쟁법 관련 송사를 다루는 로펌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공정위가 조사와 판단, 제재 기능이 한 조직에 집중돼 있어 중립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한 번의 사실심으로는 공정위 처분을 뒤집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고 했다.
김대훈/하지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