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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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의 공공기관 취업 문턱을 낮추겠다며 도입된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가 채용률 맞추기에만 치중한 채 특정 지방대 쏠림 현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이런 왜곡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까지 인재 채용 풀을 넓히는 등의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12일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고용노동부 산하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 19개 기관의 2018~2025년 채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11개 기관에서 지역인재 채용자의 절반 이상이 특정 대학 출신으로 나타났다.

○한 학교가 채용자 절반 넘게 차지


쏠림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한국전력거래소다. 지역인재 80명 중 63명(78.8%)이 전남대 출신이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1005명 가운데 579명(57.6%)이 전남대 졸업생이었다.

울산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공단은 69명 중 50명(72.5%),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02명 중 71명(69.6%),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137명 중 92명(67.2%)이 울산대 출신이었다. 이 밖에 한국전기안전공사는 190명 중 119명(62.6%)이 전북대, 국립공원공단은 111명 중 69명이 강원대 출신이었다.

제주에서는 공무원연금공단이 같은 기간 뽑은 대졸 지역인재 56명이 모두 제주대 졸업생이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지방 사립대 통폐합이 진행되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률 74% 뛸 때 채용 인원은 고작 7% 증가


제도의 대표 성과 지표인 '채용률 40%'도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8년 23.42%에서 2025년 40.78%로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제 채용 인원은 1423명에서 1526명으로 10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채용률은 약 74% 뛰었지만 채용 인원은 약 7% 증가에 머문 셈이다.

이런 착시의 배경에는 의무채용 예외 규정이 있다. 2025년 이전 공공기관 전체 신규채용 1만4836명 중 1만1093명(74.8%)이 예외 대상이었다. 예외 사유는 5인 이하 소수 채용, 경력직, 연구직, 지역본부·지사 채용, 지역인재 합격 하한선 미달, 지역인재 지원자 미달 등이다. 의무화 대상 모수가 줄수록 채용률이 쉽게 올라가는 구조라는 얘기다.

제도의 취지가 '지역 청년 전체'의 기회 확대인 만큼, 비율 중심의 성과 관리에서 벗어나 인재 풀 자체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채용 대상을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 소재 대학'으로 제한한 규정이 꼽힌다.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타 지역 대학에 진학한 인재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박수민 의원은 "지역 청년에게 돌아가야 할 취업 기회는 제자리걸음인데 채용률만 높아지고 특정 대학 편중까지 고착화되고 있다"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앞서 숫자 채우기에 그친 지역인재 채용제도를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