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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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10억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직원이 받을 올해 평균 성과급과 연봉을 합친 돈이다. 이 같은 ‘성과급 폭탄’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거대한 균열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역대급 보상이 특정 기업과 사업부, 인력에 집중된 탓이다.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근로 의욕 저하로 이어지는 ‘보상의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연봉 1억원 기준)은 올해 연봉과 목표달성장려금(TAI), 성과급을 더해 10억원가량을 받을 전망이다. 신입사원조차 7억원대, 20년 차 이상 부장급은 10억원대 중반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370조원)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 내부에선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와의 성과급 격차가 5억원 이상으로 벌어져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적자 전환한 가전·모바일(DX) 부문의 소외감까지 겹치며 조직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와 일반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하고 있다.

수억 격차에 사업부 간 갈등 확산…협업 체계 무너지며 기술력 위협
"현금보다 주주환원·투자 필요…사회적 합의 통해 갈등 해소해야"

삼성전자는 철저한 성과 보상주의 기업이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문화는 오래전에 정착했다. 불과 3년 전인 2023년 반도체(DS) 부문이 15조원 넘는 적자로 성과급 0%를 받고, 모바일(MX) 부문이 연봉의 50%를 받았을 때도 사내외 논란은 크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성과급 문제가 단순한 사내 보상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적자 전환한 모바일·가전(DX) 부문과 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간 연간 성과급 격차는 1인당 최대 8억원(연봉 1억원, 연간 영업이익 370조원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초호황이 3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하면 누적 보상 격차는 무려 24억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에서 시작된 수억원대 성과급 요구가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등 다른 업종으로 번지며 한국 사회 전체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옆팀은 10억 '로또 성과급' 받았다는데…" 속 타는 삼성맨

◇내부 분열에 사회적 우울증까지

‘역대급 로또 성과급’이 가져온 1차적 파장은 삼성전자 내부의 극심한 갈등과 경쟁력 저하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 1인당 연봉(1억원 기준) 포함 수령액이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데 비해 적자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4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사업부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세대 기술 개발과 수율 잡기에 핵심 역할을 하는 연구개발(R&D) 인력이 SK하이닉스나 해외 빅테크로 이탈하고 있어서다. 이는 당장 초미세 공정 개발과 지식재산권(IP) 확보 차질로 직결된다. 여기에 사업부별 이기주의를 자극해 칩 설계부터 완제품 적용까지 이어져야 할 시너지 협업 체계마저 무너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전체의 기술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S와 DX 부문 간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DX 부문은 올해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여파로 사상 첫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성과급은 ‘600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DX 부문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성과급 제도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의 소외감도 깊어지고 있다. 초대형 성과는 원가 절감과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함께 피땀 흘린 협력 생태계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막상 성과의 결실은 일부 대기업의 특정 사업부에만 집중되고 있어서다. “공동으로 만들어낸 성과인데 정작 소부장 업체엔 결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다른 업종 근로자 사이에선 이른바 ‘반도체 블루(우울증)’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제조업체 직원은 “동일하게 밤을 새우며 치열하게 일하는데, 속한 산업에 따라 자산 격차가 순식간에 수억원씩 벌어져 근로 의욕이 완전히 꺾였다”고 토로했다. 수십조원의 현금이 성과급으로 빠져나가면서 주주환원 재원 감소와 차세대 기술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자본시장과 주주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대기업처럼 성과급을 요구하거나 받을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부족하다”며 “특정 기업에 거액의 보상이 집중되면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가치·생태계 상생으로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반도체 성과급 폭탄’에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살피는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글이 단기 성과급 소진 대신 ‘구글벤처스’를 통해 우버, 네스트 등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술 생태계를 확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 역시 단기 현금 지급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국내외 소부장 업체 지분 투자와 R&D 지원 등 상생형 미래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협력사의 기술 자생력이 확보돼야 공급망 안정성도 담보될 수 있다.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투자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주주 1400만 명을 고려해 주주환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과 HBM5 등 차세대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R&D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금 퍼주기식 성과급이 야기하는 자산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려면 기술 생태계 전체를 품는 상생 체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기업 성과를 위해 지역사회와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과 혜택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서 변화한 노동 구조에 맞춘 성과 측정과 배분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연/원종환/노유정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