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한강센트레빌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로 300만원(전용면적 84㎡)을 냈다. 과세표준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올라 종부세가 중산층도 부담하는 세금이 된 영향이다. 하지만 김씨가 납부한 종부세는 동작구가 아니라 비수도권 어딘가로 보내진다. 자신이 낸 재산세가 자신이 사는 지역 병원·학교 등 공공 서비스에 쓰이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납세자와 수혜자가 일치하는 않는 조세 제도는 방만한 재정 운용과 조세 저항으로 이어진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해관계가 정렬되지 않는 대표 사례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올해 세수를 재추계해 종부세 수입을 5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보다 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시가 17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정부는 종부세 수입 전액을 부동산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준다. 종부세를 많이 낸 지역보다 재정이 열악하거나 저출생이 심각한 지역에 더 배분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 때문에 종부세를 내는 지역과 부동산교부세를 받는 지역이 크게 엇갈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종부세의 71.7%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걷혔다. 하지만 수도권에 배분된 부동산교부세는 전체의 24.5%에 그쳤다. 서울은 전국 종부세의 49.9%를 부담했지만 교부세 배분 비중은 9.5%에 머물렀다.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지방정부는 재산세를 걷어 해당 지역 학교와 경찰·소방, 도로 등에 사용한다. 납세자와 수혜자가 정확히 일치한다. 높은 재산세율에도 미국인이 특별한 불만이 없는 이유다. 한국 농어촌특별세는 납세자와 수혜자가 더 뚜렷하게 구분된다. 농어촌 지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농특세는 주식 투자자 등에게서 걷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 때 매도액의 0.15%가 자동 징수된다. 교육 재정을 뒷받침하는 교육세도 금융·보험회사 수익과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 등에 일정 비율을 부과해 걷는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혜택을 받는 사람이 다르면 재정의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 자신이 낸 세금이 거주하는 지역 사업에 쓰이면 어디에 얼마나 사용됐는지 따져보려는 유인이 생긴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 교부받은 세금은 아껴 쓰려는 유인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조세 저항을 불러일으켜 장기적으로 담세 능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