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단독] 삼성전자 물량 80%가 장기계약분…빅테크 줄섰다
메모리·부품, 수주산업으로 전환
이 기사는 10월 9일 오후 3시49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메모리 생산량 중 80%가량은 납품처가 이미 확정됐다. 삼성전자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빅테크는 남은 20% 정도의 생산 물량을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야 한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반도체 제조사도 주요 고객사와 대규모 LTA를 잇달아 체결했다.
이 같은 흐름은 메모리에 국한되지 않고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테스트소켓, 변압기 등 전력기기, 냉각장치 같은 AI 인프라 부품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와 7000억원 규모의 MLCC LT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째 맺는 LTA다. 최근엔 전력 인프라, 냉각장치 부문에서도 LT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LTA가 보편화한 것은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길 원하는 빅테크와 설비투자 리스크를 줄이려는 공급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넘어 AI 부품·전력 기기 확보전…빅테크 '5년 계약' 줄섰다
데이터센터 증설 열풍에 수요 폭증…25% 선수금·의무구매 조건 내걸어
반도체 및 부품 거래는 분기 단위 계약 혹은 시가 계약으로 체결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이 때문에 공급사인 반도체 제조회사는 향후 가격과 수요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십 년간의 관행은 올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진 결과다.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빅테크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빅테크가 장기공급계약(LTA) 체결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LTA 흐름은 메모리를 넘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변압기 등 전력기기, 테스트소켓, 냉각장치 등 AI 인프라와 직결된 부품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빅테크와 부품사가 ‘갑을 관계’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TA 체결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은 메모리업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도 메모리 공급 물량의 80% 가까이를 LTA로 묶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빅테크는 남은 잔여 물량을 두고 물밑 경쟁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거의 모든 주요 고객사가 LTA를 요청하고 있다”며 “모든 요청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와의 LTA를 마무리 지었다. 마이크론이 LTA 성격의 전략적 고객계약(SCA)을 체결한 횟수는 지난 2분기 16건에서 3분기 26건으로 늘었다.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샌디스크도 빅테크 등 8곳과 LTA를 맺었다.
최근 LTA는 반도체를 넘어 AI 부품업계에서도 당연시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대만 전력 기업인 델타일렉트로닉스와 7000억원 규모의 MLCC 공급 LTA를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올 들어 6건의 MLCC LTA를 성사시켰다. 올해 누적 수주 규모는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도 FC BGA 공급을 위한 LTA 협상을 하고 있다.
◇ AI붐 꺾일 가능성 대비해야
시장 주도권은 완전히 공급사로 기울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공급사가 생산능력을 급격하게 키우지 못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는 통상 5년이 기본 계약 기간으로, 매년 협상을 통해 1년씩 기간을 연장하는 롤링 방식이 정착됐다. 계약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20~25% 수준의 거액의 선수금이 오가거나 고객사가 물량을 계약대로 사가지 않아도 대금을 내야 하는 고강도 조건이 기본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공급사는 선수금을 대규모 팹을 건설하는 자금으로 쓰기도 한다.다만 LTA가 모든 리스크를 해소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시황이 급격하게 꺾이면 고객사가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때 LTA를 믿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부품사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최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메모리 불황이 불어닥쳐 고객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기존 조건을 완화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원종환/노유정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