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예정됐던 협의체 기약없어
용적률·층수 등 사업 구체화못해
상봉터미널·장위12 등 17곳 타격
서울시 "주변 영향 검토해야"
與 공공사업 볼모로 잡나 '갈등'
도심 내 양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이 서울시 행정절차 문제로 4개월째 멈춰 선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체 논의가 보류된 5개 사업지와 12개 예정 구역을 포함하면 총 3만 가구의 사업 추진 일정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정 공공기여 물량을 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서울시와 “민간 규제 완화를 위해 애먼 도심복합사업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여당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전협의체 반년 이상 지연될 듯
8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 열릴 예정이던 도심복합사업 사전기획협의체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일정 연기와 보류를 잇달아 요청하면서다. 이에 따라 은평구 불광근린공원, 성동구 약수역, 중랑구 상봉터미널, 성북구 장위12구역, 도봉구 수유12구역 등 5개 사업지가 사업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업지는 2024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대상지로 지정됐다.
도심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주거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고밀 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지만 후속 인허가 권한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돼 있다. 사전기획협의체에서는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인센티브 한도, 최고 층수 등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한다.
협의체 논의가 보류된 5개 사업구역의 공급 물량은 총 9282가구다. 후속 예정인 12개 지구(2만218가구)까지 포함하면 서울에서 총 17개 지구, 3만 가구의 사업 일정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과 공사비, 분담금 등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지구 지정을 위한 사전검토위원회가 1년에 한 번꼴로 열리는 등 사전 행정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부족한데…정부·서울시 ‘엇박자’
사전기획협의체가 미뤄지는 것은 높아진 용적률에 따른 공공기여율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도심복합사업의 공공기여 비중은 지구 면적의 15% 이내다. 지난해 ‘9·7 대책’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가 기존 법정 상한의 1.2배에서 1.4배로 높아져 추가 공공기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다만 아직 적정 비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으로 주택이 늘어나는 데 따른 교통 문제와 기반시설 확충, 적정 용적률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이미 제도의 윤곽이 나왔는데도 서울시가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조합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도시계획상 검토가 필요하더라도 그 기준과 일정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서울시에 위임한 복합사업계획 승인 권한을 회수하는 등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심복합사업은 전국 47곳에서 8만5000가구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앞역, 서초구 방배동 이수역 등 서울 11곳에서 1만8000가구를 추가 후보지로 선정했다. 강남권과 한강 벨트까지 후보지를 넓히려는 정부와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이 맞물리며 공급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