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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배우 대체할 수 없어"…30년차 판빙빙의 작심 발언 [BIFF]
판빙빙, '미친 노인의 일기'·단편 '그녀가 말했다' 들고 부산행
"숏폼만 보는 요즘 청년들 아쉽다"
"시나리오, 장르 무궁무진한 韓 영화계 부러워"
"숏폼만 보는 요즘 청년들 아쉽다"
"시나리오, 장르 무궁무진한 韓 영화계 부러워"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초청작 '미친 노인의 일기'와 '그녀가 말했다'의 주인공 판빙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는 밝은 미소와 함께 "부산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개막식에 참여할 때마다 흥분된다"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판빙빙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 확산 중인 AI 숏폼 드라마와 기술 파괴적 현상에 대한 질문에 판빙빙은 "기술은 생활의 다양한 방면에 사용되고 있고 나도 가끔 숏폼을 보지만, 이러한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영상 속 배우들의 모습과 스타일이 비슷해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국의 청년들이 다양한 장편영화를 접하며 예술적 심미안을 키우던 우리 때와 달리 숏폼만 소비하고 있는 상황이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AI가 배우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판빙빙은 "일부 감독들이 예산 감축을 위해 AI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연기할 때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전달 방식, 삶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과 스킬은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 소신을 전했다.
특히 그는 토론토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람'을 관람했다면서 "'가능한 사랑'을 봤는데 AI 배우는 절대 그런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데뷔한 지 30년이 되었음에도 그 영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삶의 고난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연기, 그것이 바로 진짜 좋은 연기"라고 강조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웨인 왕 감독의 신작 '미친 노인의 일기'는 뇌졸중으로 신체가 마비된 70대 노인 우츠기가 며느리 수수를 향해 품는 은밀하고 관능적인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 선택의 이유에 대해 판빙빙은 "평소 좋아하는 웨인 왕 감독이 나를 찾아주어 특별한 인연이라 느꼈다"며 "질병과 죽음이라는 심도 있는 주제 속에서도 70대라는 나이에 모니터 앞에서 자신만의 창의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감독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이 이번 작품을 찍을 때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하더라. 릴리 프랭키와 함께 위험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파괴감과 욕망을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신예 감독과 함께한 단편 '그녀가 말했다'에 대해서는 "감독이 처음 제안할 때 많이 불안해했지만, 대본을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어 기꺼이 참여했다"며 "싱가포르와 대만을 거쳐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까지 초청받아 신진 감독에게 좋은 성과를 안겨줄 수 있어 영화인으로서 서로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판빙빙은 "어제 장이머우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한국 배우와 감독들은 세계적인 각본을 바탕으로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논다"며 "토론토에서 본 한국 영화 속 배우들은 마치 물을 만난 듯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고, 콘텐츠 장르도 무궁무진하다. '녹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주영 배우의 프로페셔널하고 신선한 모습에서도 큰 자극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캐릭터와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판빙빙은 "새로운 영화에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창문이 열리는 기분이다. '마더부미(지모)'를 위해 5개 국어를 배우고 이번 작품을 위해 현지 언어를 익힌 것처럼, 배우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을 찾는 과정은 너무나 소중하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