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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찾는 좋은 영화는… [BIFF]
장이머우 "부산은 아시아 영화의 중심"
최희서 "가슴에 점을 찍는 영화를 찾을 것"
'암살자(들)' 여파에
정주리 "영화는 영화, 허구의 이야기"
"영화 감독으로서 위축되는 것은 사실"
"상처 받는 사람들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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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박가원 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을 비롯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비간 감독, 정주리 감독, 배우 샤말 예슬라모바, 이시카와 케이 감독,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 배우 최희서가 참석했다.
장이머우 감독은 "부산에 다시 오게 되어 기쁘다. 십수 년 전 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매우 중요한 영화제라 생각하며, 이 자리에 오게 되어 기쁘고 많은 작품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년 경쟁작 출품에 이어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발걸음을 한 비간 감독은 "작년에 '광야시대'로 경쟁 부문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와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웃어 보였다. 정주리 감독 역시 "작년 이맘때 영화를 찍고 있었고, 내년에는 부산에 있을 수 있을까 기대했다"며 "이번에 와서 심사를 하게 돼 영광이고 작품을 보게 돼서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샤말 예슬라모바는 "큰 영화들의 축제에 함께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기분"이라고 전했고,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2~3년 전에 폐막작으로 왔을 때는 오자마자 행사가 끝났는데, 이번에는 훨씬 오래 있을 수 있어 기쁘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더했다.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10년 동안 영화인으로 오며 지원도 많이 받았다"며 "제게 있어서 부국제는 큰 영화제이자 집과 같은 곳이다. 여러분들과 영화를 보고 심사를 같이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희서는 "이맘때 미국에서 찍은 영화로 홈그라운드 부산에서 한국 프리미어를 하게 되어 설레고 기뻤다"면서도 "거기에 더해 막중하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내가 감히 해도 될까 생각했지만 심사위원들 성함을 보고 무리가 되더라도 정말 큰 배움을 얻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영화를 보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주리 감독은 "지아장커 감독님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적 감독이 되셨고, 아주 세계적인 영화제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 나가서 영화제 이야기를 하면 부국제를 먼저 이야기할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고 인재를 발굴하는 데 독보적인 영화제이며, 아시아 영화 자체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지금도 너무나 세계적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하고 나아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경쟁 부문 심사 기준에 대한 질문에 비간 감독과 최희서는 각자의 뚜렷한 철학을 밝혔다.
비간 감독은 "좋은 영화는 각양각색이지만 나쁜 영화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보기만 해도 좋지 않다고 느껴진다"며 "좋은 영화는 한마디로 좋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심사 과정에서 내 경험을 넘어서는, 도전이 되는 영화에 주목할 예정"이라며 "경쟁 참여 영화는 대담하고 가로막혀 있는 것을 돌파하며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사람과 사람의 감정 및 정서를 연결해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최희서는 "어제 개막식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요즘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자문하고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란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이어 '가능한 사랑'을 관람한 경험을 언급하며 "부친과 영화에 대해 5분 정도 대화했는데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극장 앞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소중했고, 5분 동안 아버지를 잘 알게 되고 제 자신을 잘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가. 미학적·기술적으로 훌륭한 영화는 많지만, 내 가슴에 점을 찍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열망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좋은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역사와 사건을 영화에 담아온 장이머우 감독은 "역사적 진실과 창작의 관계에 대해 짧은 시간에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며 "창작은 창작이며, 꼭 진실이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계에서 '생활에 기반하되 생활을 넘어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살자들) 작품을 보지는 못했으나 이야기는 들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역사적 진실이라 하는 것도 그 자체가 과연 정말 진실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매력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창작자를 존중하는 동시에 역사는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영화라는 형식을 빌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고, 역사가 예술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라며 "영화를 본 이후 관객이 느끼는 것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관객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여 온 정주리 감독은 최근 불거진 논란 속에서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정 감독은 "저 또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고 관객을 만났다"며 "솔직히 요즘 제가 느끼는 감정은, 심사위원장 말처럼 영화는 영화고 어쨌건 간에 허구의 이야기이며, 영화로 만들어지면 허구의 인물이 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드는 자세에 있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 대해 "제 영화도 아닌데 너무도 위축이 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렇다"며 "한편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이렇게 다루기에 상처받는 분들이 계실 수 있구나, 그 상처가 당연히 표현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영화를 통해 표현한 것에 대해 이런 반응들이 오게 되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지'란 생각이 솔직히 든다"고 고백했다.
정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어디서 시작됐던 간에, 길어 올려졌던 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든 책임을 진다.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니까"라며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 비판도 당연히 듣고 공감도 해주실 거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영화를 만든다. 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