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가 인공지능(AI)을 도시 운영 전반에 접목하며 ‘스마트도시 실험실’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장비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범·교통·재난·복지 데이터를 스마트도시통합센터로 모아 AI가 분석하면, 경찰과 소방이 이를 토대로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이다.
실종된 치매 노인의 동선을 찾아내고 홀로 사는 고령자의 구조 요청을 감지하는 등 성과도 시민의 일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운영 모델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아 통합센터를 찾은 해외 방문객이 146개국 8000명을 넘어섰다.
◇ CCTV 뒤져 3시간 만에 실종자 발견
최대호 안양시장(오른쪽 두 번째)과 이계삼 안양시 부시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등이 지난 3월 10일 레벨4 자율주행 셔틀을 시승하고 있다.
안양시 제공
8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 스마트도시의 중심은 스마트도시통합센터다. 시는 20년 넘게 쌓은 통합관제 경험에 AI와 디지털트윈을 결합해 안전·교통·재난·복지·환경 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경찰·소방과도 24시간 공조한다.
대표적인 분야는 실종자 수색이다. 지난해 10월 추석 연휴에 치매를 앓는 88세 남성이 실종되자 안양동안경찰서는 오전 7시께 통합센터의 AI 동선추적 시스템 ‘에이드(AIID)’를 가동했다. AI는 동안구 일대 CCTV 약 2000대의 영상을 분석해 흐릿한 뒷모습만으로 실종자를 특정했고, 5분 만에 이동경로와 마지막 위치까지 찾아냈다. 경찰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수색에 나서 추적 시작 약 3시간 만인 오전 10시4분 호계동의 한 아파트 지하 기계실에서 노인을 발견했다. 올해 1월에는 관제요원이 영하의 날씨에 안양종합운동장 인근을 배회하던 남성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알렸고, 확인 결과 실종 신고된 지적장애인이었다.
AI는 고령자 돌봄에도 활용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가정에 음성과 움직임을 인식하는 단말기를 설치해 “사람 살려” 같은 구조 요청이나 쓰러짐을 감지하면 통합센터가 119·112에 상황을 전달한다. 2019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2023년 정부혁신 최고사례로 선정됐으며, 시는 지금까지 위급상황에 처한 고령자 50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 디지털트윈으로 도시 운영체계 구축
최대호 안양시장이 2024년 뉴델리에서 열린 스마트도시 국제표준 인증 수여식에서 인증 취득 소감을 말하고 있다. 안양시 제공
안양시는 개별 스마트 기술을 하나의 도시 운영체계로 묶은 ‘안양 CitiVerse’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가상세계를 따로 만드는 대신 기존 AI 서비스를 ‘인지→소통→판단→돌봄→대응’의 흐름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도로의 AI CCTV가 교통량과 혼잡도를 분석하고, 주택가 지능형 CCTV가 폭력·배회·쓰러짐 등을 감지하면 통합센터가 상황을 판단해 경찰·소방과 공유하는 구조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출동할 때 이동경로의 신호를 조정하는 긴급차량 우선신호는 출동시간을 59.6% 줄였다. 도시를 가상공간에 옮긴 디지털트윈으로는 호우 때 침수 위험지역을 미리 예측하고 출퇴근 시간대 교통정체 원인을 분석한다. 자율주행도 대중교통에 적용해 레벨3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에 이어 운전석이 없는 레벨4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AI는 시청 내부 행정에도 스며들었다. 시는 올해 AI전략국을 신설하고 AI 조례와 정책자문단을 마련했다. 시에 따르면 직원의 95%가 AI 업무비서를 쓰면서 문서 작성과 자료 분석에 드는 시간이 85% 줄었다.
◇ 국제 인증 이어 해외 벤치마킹 잇따라
안양시의 스마트도시 정책은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시는 2024년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스마트도시 국제표준 인증(U4SSC)’을 취득했다. ITU는 경제·환경·사회문화 3개 분야 91개 지표를 검증했다. 이어 최대호 시장은 지난달 핀란드 탐페레에서 열린 ‘인공지능 및 CitiVerse 포럼’에 ITU 공식 초청을 받아 특별 기조연설을 하고 안양의 AI 도시 모델을 소개했다.
해외 정부와 도시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태국 나콘랏차시마 시장단, 7월 폴란드 통계청장 일행, 지난달 캄보디아 내무부 차관단이 잇따라 센터를 찾아 자율주행버스와 디지털트윈 기반 도시관리 시스템 등을 살펴봤다. 지난달 말 기준 센터 방문객은 국내 3만2260명, 해외 146개국 1059개 도시 8092명 등 모두 4만352명에 이른다.
최 시장은 “스마트도시통합센터를 중심으로 AI와 데이터, 지능형 영상분석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시민 안전과 도시 경쟁력을 함께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