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구치 나츠키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오른쪽) /사진=뉴스1
데구치 나츠키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오른쪽) /사진=뉴스1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실사 영화 '룩백'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글로벌 히트작 '체인소 맨'으로 잘 알려진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동명 단편을 스크린에 옮긴 이번 작품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거장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청춘 드라마다. 원작은 공개 당일 조회수 250만 회를 넘긴 화제작이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룩백'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 나나세 후우리, 오카다 로카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전날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는 참석자들의 이름과 작품을 활용한 특별한 음악이 흘러나와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번 영화는 만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은 시골 소녀 후지노와 은둔형 외톨이지만 압도적인 그림 실력을 지닌 쿄모토가 만나 13년에 걸쳐 그려내는 성장의 기록이다. 원작이 지닌 결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사계절의 변화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궤적이 섬세하게 담겼다.

고레에다 감독은 도쿄 시나가와역 서점에서 우연히 원작 표지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긴 시간동안 이 작품으로 공유해왔던 배우들과 돌아올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개막식도 화려했다. 내 이름 가지고 노래 만들어 주셔서 기뻤고,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초청을 받아 찾아왔던 곳이라 애착이 남다르다. 그런 부산의 도시와 영화제에 작품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출 계기에 대해 "룩백이라는 만화 자체가 의미 있는 작품인데,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쓰는가, 왜 창작을 하는가,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 창작자들이 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가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는 "저의 딸 같은 배우들이었다. 현장 분위기가 평화롭고 좋았다"며 "세세하게 연출을 했다기보다 네 명이 함께 하는 시간, 사계절의 시간, 빛의 변화 이런 것을 영화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네 배우들이 그것을 잘 표현해 줬고, 실제로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그곳에서 지냈다. 이 영화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부연했다.
'룩백' 고레에다 히로카즈 "창작의 이유 묻고 싶었다" [BIFF]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소회도 이어졌다. 데구치 나츠키는 "작년에도 왔었는데 또 오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연기 과정에 대해 "등이 많이 등장했다. 등으로만 표현할 장면이 많았다"며 "마지막 등 장면에서 감독님이 등으로 쿄모토를 느껴달라고 하셨다. 촬영을 쭉 같이 했기 때문에 갑자기 혼자가 되어 버린 상태에서 쓸쓸하고 외로웠다. 함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그 상황이 마음속으로 허망한 감정을 느끼면서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처음 부국제를 찾은 마키타 아쥬는 "첫 부산국제영화제다. 개막식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가까이서 보게 되어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베니스 영화제에 이어 부산을 찾은 나나세 후우리는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레드카펫을 걸었지만, 한국 레드카펫 분위기는 또 달랐다"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관객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해 주셔서 즐거웠다. 유명한 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실사화는 연출 방식에서도 감독의 뚜렷한 철학이 반영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 한정되지 않고, 가능하면 필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영화화 결정 단계부터 이번 작품은 35mm 필름으로 찍고 사계절을 담고 싶다고 처음부터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름 촬영을 고집한 이유로 "지금 이 순간, 여기서만 벌어지고 있는 순간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후반 작업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차단되는 면이 있다"며 "연기를 하는 분들에게는 필름으로 찍을 때 긴장감을 더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여기서만 가능한 것, 그런 긴장감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생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품에 담기고, 그것을 보는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란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내다봤다.

후반부 평행세계 시퀀스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한 의도에 대해 감독은 "후지노가 편의점에서 자신의 본모습에 관계된 것을 알게 되고, '내 꿈은 내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거야'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는데, 미래에서 두 사람이 만날지도 모르는 계기가 되는 상황의 흐름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절이 된 가능성, 쿄모토의 방에 들어가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보게 되는 그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으면 했다"며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중간 영역에서, 쿄모토가 그렸던 배경 화면 속에 두 사람이 이루지 못한 꿈이 움직이고 있는 형태가 적절할 것 같아 그렇게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차기작에 대한 귀띔도 나왔다. 에디 레드메인과의 협업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고레에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면서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순조롭다. 내년 이후에 자세한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품으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