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부산기장촬영소 전경. 4곳의 야외 촬영소는 제작사 등 촬영팀이 구상하는 콘셉트 대로 세트장을 꾸밀 수 있도록 조성했다.  영진위 제공
영진위 부산기장촬영소 전경. 4곳의 야외 촬영소는 제작사 등 촬영팀이 구상하는 콘셉트 대로 세트장을 꾸밀 수 있도록 조성했다. 영진위 제공
지난 1일 부산 기장군 기장도예촌 산길을 따라 들어가자 거대한 회색 건물 세 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준공된 부산기장촬영소다. 전체 부지가 15만8412㎡(약 4만8000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 촬영스튜디오다. 현장에서 만난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영화 제작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진기지”라고 했다.

부산기장촬영소 실내 스튜디오 내부 모습.  영진위 제공
부산기장촬영소 실내 스튜디오 내부 모습. 영진위 제공
부산기장촬영소는 정부가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세우며 영화·영상산업 관련 기관의 부산 이전을 추진한 2005년부터 논의됐던 주요 사업이다. 2013년 영진위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과 함께 부산 우동 센텀시티로 이전을 마치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도 2018년 광안리에 둥지를 틀었지만 촬영소 개관은 번번이 미뤄졌다.

건립 재원이 될 기존 영진위 공공촬영소인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이 15차례 유찰되는 등 부지선정과 사업비 문제로 계획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2015년 문체부와 영진위·부산시·기장군이 현 촬영소 부지를 확정하고, 이듬해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부영그룹이 1100억원에 매입하면서야 사업에 물꼬를 텄다. 기본계획을 마련한 지 8년 만인 2024년 첫 삽을 떠 지난달 사용승인을 마쳤다. 건립까지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등 853억원이 투입됐다.

촬영소는 실내 스튜디오 3개 동과 야외 촬영장 4곳으로 이뤄졌다. 이날 찾은 촬영소는 1500~3300㎡에 달하는 면적만큼이나 13m(유효고 12.6m)에 육박하는 실내스튜디오 층고가 돋보였다. 일반적인 스튜디오 유효고는 10m 미만이다.

서정연 영진위 촬영소운영팀 대리는 “수도권 스튜디오 상당수가 가설건물이라 방음이나 항온·항습에 취약하고 미술·무대장치를 위한 넉넉한 유효고 등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기장촬영소는 촬영 등 제작인력의 작업 편의성을 고려해 지은 첨단 스튜디오”라고 설명했다.

첨단 제작 인프라는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거리다. 제작사와 배우·스태프 인력 대다수가 여전히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국 실내 촬영 스튜디오 80% 이상이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CJ ENM과 넷플릭스는 각각 파주와 연천 등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영진위가 내세우는 건 수도권 민간 스튜디오 대비 낮은 임대료다. 최근 영화시장 투자경색으로 제작비 부담이 큰 제작사들을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OTT 시리즈의 장기 대관 수요로 수도권 스튜디오가 포화상태”라며 “촬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제작비 절감이 필요한 제작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영진위는 장기적으로 기장촬영소를 아시아 영화제작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최근 국제 공동제작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제작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과 대만 영화 제작사들이 타깃이다. 6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BIFF) 등 영화 유통 플랫폼을 갖춘 부산은 해외 제작사를 끌어들이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영진위는 이달 내 공모를 거쳐 첫 시범 촬영작을 선정한 후 내년 상반기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부산=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