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실용주의 뒤흔드는 여권 내전
서너 달 전만 해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표면적으로는 6·3 지방선거 이후 악재가 복합적으로 불거진 탓이다. 부동산 정책 논란 속 여권 분열은 내전을 방불케 했고,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참사까지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민심 이반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 가족과 이웃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율이 고꾸라질수록 여권 권력다툼이 심화하고, 국정 동력이 약해진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실용주의 노선이 벌써 악순환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불안한 미래, 돌아선 중도

작년 6월 국민주권정부 출범 당시 경기 낙관 심리는 최고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향후 1년간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52%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11월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직전 13%의 네 배였다. 갤럽은 1980년대 민주화 격동기에 견줄 만한 이례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최근 조사(9월 3주차)에서 경기 낙관 비율은 27%로 떨어졌다.

대통령 지지율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지율은 출범 초 64%에서 이달 37%로 하락했다. 중도층 민심 이탈 영향이 컸다. 중도층의 작년 6월 경기 낙관 비율은 51%, 대통령 지지율은 69%에 달했지만 현재 낙관 비율은 반토막(26%) 났고, 지지율도 38%로 낮아졌다.

취임 초기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흑묘백묘론’에 공감하는 이가 많았다. 탈이념·탈진영 실용주의 노선은 중도층 마음을 움직였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쥔 강한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역대급 반도체 호황 속에 증시가 폭발적으로 반응하면서 ‘잘사니즘’ 기대를 부풀렸다.

정부는 반도체·방위산업을 앞세워 사상 최대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막대한 세수를 앞세워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신설했다. 메가 프로젝트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침없는 국정 운영에 물음표가 생기자 여권 내홍이 심해지고, 중도층이 앞장서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국정 동력 갉아먹는 내분

여권 내부 갈등은 과거 386세대 운동권 이념 논쟁처럼 뿌리가 깊다. 유시민 작가가 ‘재건축’에 비유하면서 대통령의 중도·보수 외연 확장 기조를 두고 자신감이 지나쳤다고 비판한 것은 그 단면을 보여준다.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가 김민석 대표의 승리로 끝난 이후에도 갈등은 커지고 있다. 중도·합리적 보수층까지 아우르는 김 대표의 ‘구조적 다수론’도 당내 강경파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추석 직전 기자회견에서 통합 메시지를 강조한 대통령을 향해 유 작가는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 안에 수사 검찰과 기소 검찰을 나누는 것이 원래 검찰개혁의 최대치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검사 보완수사권까지 없앤 마당인데, 검사 출신은 절대 안 된다는 ‘문조털래유’의 공격을 받고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도 못 하고 있다. 대통령 공소 취소 논란과 사법부와 대법관 제청 갈등도 탈이념·탈진영 실용주의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여권 내전은 그들만의 권력 싸움이 아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의 살림살이에 직결된다. 2028년 총선까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정책 노선이 정치 논리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