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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서 의사 보조한 로봇…가위 건네고 내시경 잡았다
삼성서울병원, 보조로봇 시연
동작 성공률 95%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추진
2029년 환자 대상 임상 목표
국내 로봇 기술은 '협업' 특화
빅데이터 풍부해 고도화도 유리
동작 성공률 95%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추진
2029년 환자 대상 임상 목표
국내 로봇 기술은 '협업' 특화
빅데이터 풍부해 고도화도 유리
의사의 말이 떨어지자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이 정교하게 움직였다. 사람 간호사처럼 음성 지시를 알아듣고 가위와 그래스퍼(집게)를 건넸다.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로봇이 내시경 렌즈를 조작했다. 지시에 맞춰 수술 부위가 잘 보이도록 조직을 당기고 화면을 확대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16일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수술을 시연했다. 의사 한 명이 의료진의 도움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와 함께 염소의 담낭을 제거했다. 집도의와 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가 수술을 수행한 세계 최초 사례다.
◇수술실 인력난 로봇이 메운다
“수술방 간호사와 똑같이 움직여요.”이날 오남기 이식외과 교수의 시연을 참관한 간호사들은 로봇의 정교한 움직임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현장에선 박수가 나왔다.
시연에 참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7월 한국형 ARPA-H 과제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뒤 개발한 결과물이다. 한국형 ARPA-H는 미국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본떠 고난도 의료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정부 연구개발 사업이다. 여러 연구팀이 경쟁하고 단계별 평가를 통과한 팀은 후속 지원을 받는다.
삼성서울병원은 2024년 의정 갈등으로 불거진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를 계기로 수술방 인력난을 로봇으로 보완하는 연구를 본격화했다. 당시 전공의가 사라지자 대학병원에서 수술 중단·축소가 이어졌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역·중소병원은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며 “세 시간 넘게 걸리는 수술 내내 내시경을 잡고 있거나 석션(피와 체액을 빨아들이는 작업)하고 당기는 등 단순한 동작을 휴머노이드가 하면 의사는 수술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로봇 개발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하해호, 삼성융합의과학원, 서울대, 국립암센터, 전북대병원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아직 더 많은 동작을 학습해야 하지만 명령별 동작 성공률은 95%를 넘었다. 수술에 많이 쓰이는 다섯 가지 기구를 잡아 의사에게 건네는 작업의 성공률은 98.7%에 이른다.
개발에 참여한 의료진은 인공지능(AI)을 더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치면 수술방 간호사와 전공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외과 의사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2029년께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과제에 2029년까지 연구개발비 138억35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11월 평가를 거쳐 2단계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로봇 수술 경쟁력은 데이터”
삼성서울병원은 협업에 특화한 수술방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로봇 개발에 나선 미국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인튜이티브서지컬 등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은 의사가 콘솔에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수술 로봇을 개발한다.의료진은 로봇의 지능을 얼마나 고도화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술방을 ‘데이터 공장’으로 바꾸고 시각 센서를 활용해 의사의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까지 수집하고 있다. 수술 보조 로봇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돌발 변수가 많은 수술방 전체 상황을 학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환자 동의를 얻어 수술실을 조망하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술 참여 의료진의 동선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복강경 등 기구를 넣는 위치, 각도 등도 마찬가지다.
오 교수는 “데이터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한국도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