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홈페이지 캡처
일본 도쿄의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홈페이지 캡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일할 것이다. 린다 그래튼이 <일의 미래>에서 말했듯, 기술 발전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바꾸더라도 인간에게 일은 여전히 성장과 협력, 창조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일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사람들은 오히려 일을 통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오피스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일하는 이들에게서 환경, 식음, 정체성, 몰입, 회복, 신체라는 여섯 가지 핵심 니즈가 발견된다. 햇빛과 소음, 좌석 분위기는 하루의 컨디션을 결정하며, 점심과 커피는 단순한 끼니를 넘어 오전의 일과를 전환하고 동료와 관계를 맺는 일상의 즐거움이다. 또한 직업은 자기 정체성과 분리하기 어려워졌기에 좋은 오피스는 직원에게 긍지와 소속감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여기에 끊임없는 성과 압박 속에서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는 몰입과 회복, 웰니스 활동 역시 잘 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결국 사람들은 단순히 책상이 놓인 공간이 아니라 제대로 먹고, 관계를 맺으며, 몰입하고 회복할 수 있는 하루를 원한다.

이런 흐름을 가장 먼저 증명하며 서울 광화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대표적 오피스 자산이 D타워다. 2015년 문을 연 D타워는 지하 아케이드에 직장인용 식당을 배치하는 기존 공식을 깨고, 지상 1층부터 5층까지 ‘리플레이스(REPLACE)’라는 별도의 상업공간을 조성했다. 오피스 로비를 지하로 내리고 상업시설과의 동선을 분리한 뒤 저층부에 테라스와 개방적인 공간을 구축해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외부인이 찾아오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 결과 D타워는 입주 기업명이 아니라 건물 자체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보기 드문 오피스가 됐다. 더 나아가 시대 변화에 맞춰 리테일을 교체하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자리를 지키던 스타벅스 자리에 웰니스 플랫폼 ‘올리브베러’를 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인 식단과 영양, 운동 등 몰입과 회복의 요구를 오피스 리테일에 적극 반영한 변화다.

일본의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도 좋은 사례다. JR동일본이 ‘100년 후의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실험장’을 모토로 세운 이곳은 일하는 사람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도시 차원의 미래 모델을 제시한다. 최첨단 로봇과 데이터 연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스마트시티지만 기술보다 ‘사람을 위한 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역에서 내리면 거대한 오피스 로비 대신 녹지와 광장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식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식사하고 산책하며 휴식을 취한다. 상업시설(NEWoMan), 도시형 사우나(SAUNAS), 체류형 서점(Bunkitsu), 문화복합시설(MoN) 등은 업무와 회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나아가 기업과 투자자가 교류하는 플랫폼(LiSH)과 도쿄대 게이트웨이 캠퍼스를 통해 도시 안에서 새로운 사업과 연구가 실행되도록 조성했다.

과거의 오피스가 단순한 ‘일할 자리’를 제공했다면, 미래의 오피스는 일하는 사람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일하기 좋은 하루’를 선물해야 한다. 결국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공간은 최첨단 기술을 뽐내는 건물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에게 더 가치 있는 하루를 완성해 주는 곳이다.

이원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Wave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