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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비장의 카드'…"日 인기 IP '샹그릴라 프론티어'로 승부" [TGS 2026]
김형진 넷마블 부장 인터뷰
"게임 넘어 IP 함께 키운다"
"게임 넘어 IP 함께 키운다"
김형진 넷마블 사업부장은 도쿄게임쇼(TGS) 2026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미 완성된 IP를 빌려와 게임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에 함께 투자하며 IP 자체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샹그릴라 프론티어는 웹소설에서 출발해 코단샤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 작품이다. 넷마블은 이 작품의 첫 게임화를 맡았다.
게임업계에서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게임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 아니다. 다만 넷마블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게임 제작사가 IP 확장의 마지막 단계에 참여하는 기존 방식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원작자와 게임사가 신규 설정과 캐릭터를 함께 만들고, 일부 게임 오리지널 설정이 다시 원작 설정으로 편입되는 방식으로 협업 범위를 넓혔다.
실제로 게임 개발 과정에서 넷마블이 만든 오리지널 설정이 원작자의 호응을 얻어 원작 설정에 포함된 사례도 나왔다. 원작에서 이름 없이 등장했던 캐릭터 역시 개발사와 원작자의 협의를 거쳐 새로운 이름과 설정을 갖게 됐다. 넷마블넥서스가 외부 IP를 맡아 개발하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장 공략 순서도 일본에 무게를 뒀다. 넷마블은 원작의 본고장인 일본에 게임을 먼저 출시하고, 현지 서비스 과정에서 확인한 이용자 반응과 개선점을 반영한 뒤 한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장은 “한국·글로벌 버전은 일본 서비스에서 확인된 안정성과 개선사항을 반영한 뒤 두 지역 동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콘텐츠를 덜어내거나 다른 상품 구조를 만드는 방식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데이트 역시 지역 간 격차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일본판에는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원작 성우들이 게임을 위해 새롭게 녹음한 음성을 적용했다. 캐릭터의 말투와 주요 장면 연출, 게임 내 용어도 원작자 감수를 거쳐 일본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현지화했다. 단순 번역보다 ‘원작을 그대로 게임으로 옮겼다’는 경험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넷마블 입장에선 일본에서 먼저 IP 팬층을 확보한 뒤 글로벌로 이용자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다. 일본 시장에서 원작 팬을 게임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한국과 서구권 등 다른 시장 확장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개발 전략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이 게임은 프로젝트 초기 언리얼엔진5 기반 애니메이션풍 오픈월드 RPG로 알려졌지만, 3년여의 개발 과정에서 세로 화면 기반의 모바일 태그 배틀 RPG로 방향을 틀었다. 김경률 넷마블넥서스 개발 총괄 PD는 “여러 방향을 검토한 끝에 ‘언제 어디서든 원작의 세계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그 결론이 스마트폰과 세로 화면, 태그 배틀이라는 형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픈월드 규모 경쟁보다는 모바일 접근성과 원작의 명장면·성우·컷신 재현에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고민하는 제작비와 이용자 접근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대규모 오픈월드 대신 모바일에 최적화된 전투와 콘텐츠 구조를 택하면서, 개발 역량을 원작 재현과 캐릭터·콘텐츠 확장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핵심 전투 역시 복잡한 직접 조작보다 캐릭터를 교체하는 시점과 조합을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동 전투를 지원하면서도 이용자가 직접 태그와 필살기 순서를 선택하면 더 높은 효율을 얻도록 설계했다. 모바일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장기 이용자를 위한 전략 요소는 남겨두려는 선택이다.
IP 게임의 고질적인 과제인 콘텐츠 수급 문제에도 대비했다. 정식 서비스에서는 애니메이션 1기의 주요 에피소드를 재현하는 것을 기본 축으로 삼되,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외전 형태로 추가할 예정이다.
외전은 원작자인 카타리나와 만화가 후지 료스케의 감수를 거쳐 제작한다. 게임 전용 캐릭터와 보스도 순차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원작 연재 속도에만 콘텐츠 공급을 의존하지 않고 게임이 독자적인 신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구조다.
김 PD는 “기본 축은 애니메이션 1기의 충실한 재현”이라면서도 “그 위에 작가와 함께 만든 외전과 오리지널 캐릭터를 얹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인물이나 사건을 게임 외전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넷마블의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유명 IP를 단순 게임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게임사가 IP 제작 생태계에 얼마나 깊숙이 참여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례다. 일본 시장에서 원작 팬의 신뢰를 확보하고, 게임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와 세계관이 다시 IP의 자산으로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 부장은 “어디까지 IP를 사용할 수 있는지보다 이 판단이 IP를 키우는 방향인지를 먼저 본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