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비상계엄 선포 시점을 저녁 10시로 정한 배경으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어 계엄을 화요일 밤 10시께 선포한 것은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대학 시절 얘기지만 5·18 때는 밤 12시에 국무회의하고 계엄을 선포했다"며 "당시 대국민담화도 없었고, 장관이 광화문 중앙청 기자실 칠판에 계엄 선포 관련 내용을 공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민들이 주무시기 전에 방송으로 알려드리고 국회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어도 밤 10시에는 대국민 담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점을 앞당겼다면 퇴근길 혼잡과 겹쳐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을 것이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과 경찰 인력이 투입돼야 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사실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서두를 게 뭐가 있었겠나.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산업통상부 장관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정쯤 담화를 해도 됐었다"며 "굳이 담화할 것까지 있었겠나, 옛날처럼 세종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다가 떡하니 계엄을 공고해도 되는 것 아니었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 피해가 가장 적고, 혼란을 줄이고, 질서 유지 병력을 최소화하면서 국회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선포 시간을 정했다"며 "헌법 절차를 최대한 지키면서 불상사를 최대한 예방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계엄을 여러 번 했다고 하면 더 완벽하게, 꼼꼼하게 했을 것"이라며 "45년 만에 선포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12·3 비상계엄이 국가권력 장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야당의 국정 운영 방식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메시지성 조치였다는 기존 주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한 행위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라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