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 불안이가 조종간을 잡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 불안이가 조종간을 잡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수요일 오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직장인 A씨는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회의 도중에 동료 한 명이 A씨의 아이디어를 대놓고 반박했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 하소연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겁니다. 의견이 달랐을 뿐이니 다른 팀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였죠.

직장생활에는 이렇게 특정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도 있는 일이 수시로 벌어집니다. 상사의 날 선 지적부터 동료와의 오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업무까지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는 심각한 모욕감을 느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또 다른 사람은 그럴 수 있다고 여깁니다. A씨도 친구의 말처럼 조금 덜 휘둘리며 꿋꿋하게 지낼 수는 없을까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과몰입 사회>는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는 책입니다. 독일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기타 야코프가 쓴 책입니다. 그는 마음의 요령을 제시하기에 앞서 최근 세태부터 지적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감정에 관심이 많은 시대라고 합니다. 자기감정을 잘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넘쳐나고, 유튜브 영상도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돌보는 방법이 넘쳐나는데, 정작 우리는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그다지 자유로워진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독과 불안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우리가 감정을 충분히 돌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되려 감정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묻습니다.

저자가 특히 경계하는 것은 최근의 ‘트라우마 붐’입니다.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까지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입니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접근은 상처를 더 오래, 더 깊이 남길 수 있습니다. 가령 직장에서 업무상 크게 질책받아 움츠러든 경험을 ‘트라우마가 있어서 상처를 크게 받은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비슷한 감정을 다시 느낄 것으로 지레짐작하게 됩니다. 저자는 “마음의 모기를 코끼리로 부풀리는 셈”이라고 합니다.

자기감정에 잘 대처하는 방법이라며 던지는 조언은 역효과도 일으킵니다. 가령 독이 되는 관계에는 선을 긋고,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피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싸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피하려는 생각이 좋지 않은 상황을 연상시키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부채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먼저 자신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불안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평생 불안하지 않게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불안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마음을 진정시킬지 고민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조언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조종간’을 잡는 것입니다. 저자는 앞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는 식의 부정적인 기대가 사람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죠. 그렇다면 바꿔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부정적인 쪽이 아닌 반대의 방향으로 감정의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때로는 자기 감정을 너무 애지중지해서 탈이다 [직장인 토요책방]
저자는 여러 방법을 제시합니다. 매일 저녁 그날 느낀 감정을 기록해 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걱정할 만한 일이 있었는지, 사소한 문제를 크게 받아들이는 자신의 성향 때문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각종 이완 기법 등도 소개합니다. 모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저자는 “다른 감정 패턴이 확고히 자리 잡으려면 한결같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유념할 점이 있습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마음의 어려움까지 모두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하지만 모든 고통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우울과 불안이 커졌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혼자의 힘으로 절대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은 굉장히 많습니다.

다시 수요일 오후의 회의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자의 말에 비춰보면 A씨에게 중요한 것은 퇴근 후에도 자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밤을 보낼지, 아니면 빠르게 잊어버리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게 유리할지 따져보는 겁니다.

직장생활을 위해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상처를 피하는 요령이 아니라, 상처받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능력이 아닐까요.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