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경제학 방법론으로 세상을 구하는 방법, 신간 <어떻게 경제학을…>
에릭 앵그너 지음, <어떻게 경제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어떻게 경제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는 경제학을 돈 버는 법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도구'로 소개한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선택하고, 작은 변화가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검증하는 학문이다. 그는 경제학이 만능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의학이 모든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고 무용한 학문이 아니듯, 경제학 역시 제대로 적용하면 세상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례는 거창한 경제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모유 수유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부터 빈곤, 노상 배변, 장기 기증, 기후위기까지 넘나든다. 가령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며 현금의 사용처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보다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탄소에 가격을 매겨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을 바꾸는 것도 경제학적 해법이다.
책은 빈곤과 기후변화뿐 아니라 '겸손해지는 법'과 '공동체를 만드는 법'까지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의 연구를 통해 개인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협력하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도록 규칙과 보상을 설계하면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저자가 경제학의 열성 신봉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그는 경제학계 자체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인정하면서, 자신이 옹호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아니라 관찰과 실험, 데이터를 통해 인간 행동을 이해하려는 경제학의 방법이라고 선을 긋는다. 경제학은 세상을 단숨에 구할 묘책이 아니라, 무엇을 조금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는지 끈질기게 따지는 기술이란 얘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