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진이 ‘자율제조 다중 에이전트 AI’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KERI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진이 ‘자율제조 다중 에이전트 AI’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KERI) 인공지능연구센터 이주경 박사팀이 국립창원대학교와 공동으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여러 AI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공정을 운영하는 ‘자율제조 다중 에이전트(Multi-Agent) AI’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공장 자동화 로봇은 전문가가 미리 입력한 코드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기계’에 불과했다. 작업 환경이 조금만 바뀌거나 새로운 부품이 투입되면 엔지니어가 며칠 밤을 새우며 코드를 다시 짜야만 했다. 이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적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KERI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AI가 스스로 명령을 이해하고 최적의 작업 계획을 수립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술을 구현해 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다중 에이전트’를 활용한 지능적 업무 분업에 있다. 마치 작업반장이 지시를 내리듯 언어 담당 에이전트가 명령을 전달하면, 시각(비전) 담당 에이전트와 로봇 제어 에이전트가 상호 소통하며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한다.

특히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AI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그라운딩(Grounding)’ 기술의 기존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했다.

과거에는 “저기 빨간 부품”이라고 지시할 경우, 로봇이 ‘저기’의 정확한 좌표나 ‘빨간 부품’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해 엉뚱한 곳을 헤매기 일쑤였다. 하지만 KERI의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언어 에이전트가 작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비전 에이전트가 카메라를 통해 사물의 3차원 좌표를 분석해 제어 시나리오를 생성하며 △로봇 에이전트가 이를 바탕으로 오차 없이 정밀하게 동작하는 완벽한 협업이 이루어진다.

가상 세계의 지능이 실제 산업 현장의 물리적 움직임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일명 ‘행동하는 AI(Actionable AI)’가 완성된 것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코딩 과정 없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일주일 내내 매달려야 했던 공정 재설정 작업을 단 1시간 이내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처음 접하는 물체나 환경에도 즉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으며, 공정 변경에 따른 추가 소프트웨어 개조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에 안성맞춤이다. 더 나아가 제조 현장의 특성에 맞춰 경량화 및 모듈화를 달성, 실제 공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뛰어난 ‘현장 적용성’을 갖추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KERI 이주경 박사는 “현재 많은 지역 중소·중견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과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AI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기존 제조 라인을 큰 비용 투자 없이 스마트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인 만큼,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통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KERI와 국립창원대는 이번 융합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을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고급 AI 인재’로 육성할 계획이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